지난달 29일 오후 1시 대구 남구의 관문인 서부정류장 내 한 벤치. 60∼70대 남성 5명이 담요를 깔아놓고 속칭 ‘구삐’(야바위·화투 도박) 판을 벌이고 있었다. 같은 연령대로 보이는 노인 10여명은 이들을 겹겹이 둘러싸고 훈수를 뒀다.
현장은 불법 노점 도박장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한 사람당 수십만원 상당의 지폐 뭉치를 손에 쥔 채 1만원짜리 지폐를 주고받았다. 도박을 벌이는 노인들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을 질렀고, 구경꾼 노인들은 좋은 패가 나올 때마다 환호를 질렀다. 도박판에서 진 한 노인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노인들이 정류장에 모인다”고 했다.
정류장을 찾은 시민들은 이들 노인들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와 욕설을 피해 멀찍이 돌아가야만 했다.
시민 강모(71)씨는 “과거 두류공원에서 행해지던 도박판이 이곳으로 옮겨왔다”며 “단속하는 사람도 없어 정류장 이용하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현행법상 공공장소에서의 도박 행위는 형법 제246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과 관할 구청에는 매일 하루에도 2∼3건씩 도박과 폭행 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단속반이 떴을 때만 잠시 흩어졌다가 철수하면 다시 모이는 숨바꼭질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대구 남구청 관계자는 “불법 도박이 이어질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등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