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집권당인께 돈 끌어올겨” vs “김태흠 하던 일 마치게 해줘야지” [6·3 지방선거]

‘캐스팅보트’ 충청 민심 르포

‘與 프리미엄’ 내세운 민주 박수현
‘현역 프리미엄’ 국힘 김태흠 접전

청장년 많은 천안·아산지역 주민
“내란 정당을 어떻게 찍나” 朴지지
서해안 벨트·내륙선 金 후보 신뢰
“도민을 위한 도지사… 행정은 잘해”

“뭐든 집권당이 해야 유리하던디, 박수현이 집권당인께 돈을 잘 끌어올겨.” (충남 공주산성시장 상인 김모씨)

 

“김태흠 그 양반이 칼칼하니 일 잘했잖여. 하던 일은 마무리하게 해야지.” (충남 천안중앙시장 상인 장모씨)

 

충남 보령 대천여자중학교 인근 파레스삼거리에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보령=변세현 기자

6·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선거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여당 프리미엄’과 ‘현역 프리미엄’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충청은 역대 선거마다 민심의 향방에 따라 표심이 요동친 대표적 ‘캐스팅보트’ 지역이다. 선거 초반에는 정권 출범 후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보수층 결집이 뚜렷해지면서 판세는 접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역대 지방선거 최고 수준의 사전투표율도 양 진영의 결집세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지방선거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지난달 27일∼28일 충남 천안·공주·보령·서천 등지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심은 지역과 세대에 따라 엇갈렸다.

 

충남 인구의 절반가량이 몰린 천안·아산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중부권 교통 중심지인 데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청장년층과 외지 유입 인구가 많아, 해안·내륙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기대를 거는 지역이다. 1일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천안에서 선거대책위원회의를 열고 박수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선 점도 이 같은 전략적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충남도지사 후보가 지난 5월 28일 보령 중앙시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보령=변세현 기자

이 지역에서 만난 시민들 사이에선 대통령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천안역에서 만난 장모(54)씨는 “이재명이 싫었던 사람 중에서도 대통령이 밀고 가는 것을 보고 돌아서는 경우가 있는데, 국민의힘은 항상 과거에만 집착해 꼬투리 잡으니 발전이 없는 느낌”이라며 “대통령이 하는 굵직굵직한 사안에 거부감이 안 들어 민주당에 투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천안 쌍용동에 거주하는 60대 김모씨는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드니깐 하는 게 투표”라며 “김태흠은 탄핵이나 계엄에 대해 우유부단하고 확실한 자기 잣대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임유진(26)씨도 “내란을 일으킨 정당 후보를 어떻게 찍겠느냐”라며 박 후보 지지를 밝혔다.

 

‘힘 있는 여당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 전략에 기대를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공주 산성시장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상인은 “아무리 똑똑해도 집권당이 아니면 돈을 못 끌어온다더라”며 “공주 발전을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하니께 박수현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서해안 벨트와 내륙 지역에선 현역 지사인 김태흠 후보에 대한 신뢰가 두드러졌다. 국민의힘은 이들 지역에서의 표심 결집을 기대하고 있다. 보령 토박이라는 백상기(63)씨는 “김 지사는 사심이 없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준비가 된 사람”이라며 “김태흠은 도민을 위한 도지사였다”고 말했다. 보령중앙시장에서 만난 차주창(44)씨도 “행정만큼은 김태흠이 잘했다는 평가가 많다”며 김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가 지난 5월 28일 보령 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보령=변세현 기자
지난 5월 28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과 수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서천=변세현 기자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를 드러내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공주에서 신발가게를 하는 박기순(66)씨는 “전라도부터 서울까지 지금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게 없잖냐”라며 “민주당이 야당하고 협의해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안 그랬잖냐. 중원에서라도 보수가 힘을 합쳐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법안도 마음대로 만들고 통과시키고, 자기 죄까지 다 없애는 공소취소 같은 거 한다니깐 걱정이 된다”며 김 후보 지지를 밝혔다.

 

보수 진영 전직 대통령들의 등판이 보수 결집으로 이어진 모습도 나타났다. 천안 중앙시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영동(69)씨는 “김태흠 지사가 충남에 대해 애정이 많으셨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니 더 반가워 (김 후보) 지지도가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각자의 연고지에서 마냥 우호적인 평가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공주가 고향인 박 후보와 보령 출신인 김 후보는 서로 “충남의 아들”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역민들 사이에선 서운함과 실망감도 적지 않았다. 

 

지난 5월 28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과 수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서천=변세현 기자

공주에서 택시를 모는 오모씨는 “정진석 대신 박수현을 뽑아줬는데, 보수 뿌리 깊은 밭에서 어렵게 당선돼놓고 자기 욕심 채우려고 바로 도지사 나가냐는 말들을 한다”고 토로했다. 공주 제민천교 인근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도 “국회의원 하란 건 지역주민들 명령이란 말여. 의원 된 지 2년 좀 넘었는데 박차고 도지사 하러 나가다니 배은망덕한겨”라고 말했다.

 

반면 보령에서 택시를 운전하던 50대 윤모씨는 “김태흠 고향 웅천에 한번 가보라. 그만큼 낙후된 동네가 없다”며 “국회의원을 3선을 했는데, 자기 동네에 4차선 도로도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나”라고 꼬집었다. 보령과 인접한 서천의 특화시장 상인들은 2024년 발생한 화재 이후 복구 지연 문제를 지적했다. 시장 입구에서 과일을 팔던 80대 김모씨는 “(김 후보가) 자기 입으로 빨리 공사를 마무리한다고 했는데, 업자가 부도가 나면서 여적(여태껏) 공사가 안 되고 있다”며 “김 지사에 실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7일 충남 천안 중앙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식사를 하고 있다. 천안=김나현 기자
지난 5월 27일 충남 공주 산성시장에 시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시장 입구엔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안내 펼침막이 게재돼 있다.  공주=김나현 기자

두 후보는 전통시장 등 다중 밀집 지역을 돌며 막판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8일 보령중앙시장에서 만난 두 후보 모두 자신의 승리를 내다봤다. 박 후보는 “유세를 돌다 보면 ‘이번에는 꼭 당선될 것이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더욱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방선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는 “처음에는 중앙정치의 흐름 때문에 어려웠는데, 지금은 골든 크로스가 됐다고 보고 있다”며 “3~4일 전에 승기를 잡았다”고 맞섰다.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다소 앞서는 흐름이 나타난다. 대전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충남 유권자 8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5월24~25일, 무선100%전화면접)에서 박 후보(44%)가 김 후보(35%)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금강일보가 한민리서치에 의뢰해 충남 유권자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 ARS조사에선 박 후보(46.5%)와 김 후보(40.9%)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