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실 34도, 에어컨은 특혜?”…폭염 앞 교도소 냉방 논쟁 다시 뜨거워졌다

온열질환자 3704명…과밀수용이 키운 교정시설 폭염 부담
취약 수용동 중심 냉방 보강…일반 수용실은 선풍기 의존
“범죄자 특혜” 반발 속…생명 보호 기준 마련 요구도 커져

“수용실 34도, 에어컨은 특혜인가?”

 

이른 폭염 속 교정시설 냉방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일반 수용실은 선풍기에 의존하는 곳이 많고, 냉방 설비 보강은 취약 수용동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한낮 기온이 34도 안팎까지 치솟는 날이면 교정시설 수용실 안도 금세 후덥지근해진다.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공간이다 보니 열기가 쉽게 빠지지 않고, 수용자들은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더위를 견딘다.

 

일부 교정시설에서는 선풍기를 과열 방지를 위해 50분간 가동한 뒤 10분간 멈춘다. 선풍기가 멈추는 동안에는 공기가 금세 답답해지고, 수용자들은 다시 무더운 시간을 버텨야 한다.

 

폭염은 이미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5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 응급실에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3704명, 추정 사망자는 34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자는 전년보다 31.4% 늘었다.

 

닫힌 공간에서는 더위가 더 오래 머문다. 교정시설 냉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무부 ‘2025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 수용률은 올해 4월 기준 126.9%다. 정원을 넘긴 인원이 한 공간에 머무는 구조에서는 같은 온도라도 체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감방이 호텔이냐” 세금 우선순위 논란

 

에어컨 설치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온라인에서는 “일반 가정도 전기요금 때문에 냉방을 아끼는데 교정시설에 세금을 쓰는 게 맞느냐”는 반응이 이어진다. 범죄자보다 독거노인, 쪽방촌 주민, 저소득 가구에 먼저 냉방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반응을 단순히 감정적인 반발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폭염이 이어져도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가정이 적지 않고, 냉방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교정시설 냉방 논란이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세금이 어디에 먼저 쓰여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법무부도 전면 설치보다는 취약 수용자 보호에 먼저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약 12억원을 들여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에 취약한 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을 중심으로 냉방 설비를 보강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설치 대상은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 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이라며 “에어컨은 일반 수용거실이 아닌 해당 수용동의 사동 복도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초과밀 수용 기관의 일부 여성수용동도 사업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수용실은 여전히 냉방 사각지대에 가깝다. 지난해 7월 일부 교정시설 수용실 온도는 32~34도까지 올랐고, 공주·광주·영월교도소와 울산구치소, 천안개방교도소 등 5개 시설에서는 모두 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혜 vs 최소 기준

 

논란의 핵심은 에어컨을 편의시설로 볼지, 폭염 속 생명 보호 장치로 볼지에 있다. 교도소는 형벌을 집행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국가가 사람을 구금한 이상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책임도 함께 진다. 처벌은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지, 폭염을 견디게 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뜨거운 여름이 형벌이 될 수 있는가’ 보고서에서 교정시설 실내 온도 기준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교정시설에는 혹서기에 대비할 냉방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고, 실내 온도 기준도 없어 정책적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취지다.

 

입법조사처는 교정시설의 적정 실내 온도 관리가 수형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생명·건강 보호 기준과 관련된 문제라고 봤다. 구금 환경 개선이 수형자의 재사회화와 재통합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모든 수용거실에 곧바로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요구와는 별개로, 노인·장애인·환자 등 폭염에 취약한 수용자부터 보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교도소 에어컨을 둘러싼 논쟁은 매년 반복된다. “범죄자에게 왜 세금을 쓰느냐”는 반발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교정시설 냉방은 특혜와 인권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예방하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과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교정시설이 처벌의 공간인 것은 맞지만, 국가가 신체를 구금한 이상 기본적인 생명 보호 의무도 함께 따른다”며 “결국 필요한 것은 감정적 찬반보다 명확한 기준과 투명한 운영”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최근 논란이 된 교정시설 냉방설비와 관련해 “냉방설비는 수용실 내부가 아닌 수용동 복도에 설치되는 간접 냉방 방식”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보강은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에 취약한 수용자가 있는 수용동을 중심으로 추진되며, 수용자 개인 편의 제공이 아닌 폭염 대응과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