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충남도지사 선거의 마지막 승부처가 천안·아산으로 압축되고 있다.
충남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두 도시에 몰려 있는 데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천안은 역대 선거 때마다 정당보다 인물과 현안을 따지는 ‘전략적 표심’을 보여온 곳이어서다.
충남도가 확정한 제9회 지방선거 선거인 수는 185만7239명이다. 이 가운데 천안이 57만530명으로 가장 많고, 아산이 30만2051명으로 뒤를 잇는다. 두 도시 유권자만 87만2581명, 충남 전체의 47%에 달한다. 산술적으로도 천안·아산에서 밀리면 도내 다른 시·군에서 만회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 모두 선거 막판 동선을 천안·아산에 집중시키고 있다.
박 후보는 천안중앙시장, 천안삼거리공원, 신세계백화점 앞 광장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점을 돌며 집권여당 후보론을 전면에 세웠다. 그는 “천안은 충남 변화의 첫 단추”라며 “새로운 충남의 시작을 천안에서 열겠다”고 호소했다. 앞서 천안 선거사무소에서는 기본사회충남본부와 정책협약을 맺고 ‘충남형 AI 기본사회’ 구상도 제시했다. 천안의 청년·산업·생활 표심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다.
김 후보 역시 공식 선거운동 첫날 천안시청 앞 사거리에서 출정식을 열며 ‘수부도시 천안’ 선점에 나섰다. 천안·아산 선대위 발대식도 별도로 열고, 천안·아산을 K-복합문화도시로 키우겠다는 돔 아레나·문화체육 공약을 부각했다. 특히 막판에는 대규모 인원을 앞세운 세몰이보다 수행과 동행 인원을 최소화한 채 천안 곳곳을 직접 누비는 방식으로 현장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현직 도지사 프리미엄’보다 ‘발로 뛰는 후보’ 이미지를 앞세워 부동층과 중도층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읽힌다.
천안 표심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숫자 때문만이 아니다. 천안은 한쪽 정당에 일방적으로 쏠리지 않는 분할투표 성향을 여러 차례 드러낸 지역이다.
2020년 21대 총선과 함께 치러진 천안시장 보궐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천안 갑·을·병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모두 민주당 후보가 선택됐지만, 천안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미래통합당 박상돈 후보가 민주당 한태선 후보를 근소하게 누르고 당선됐다. 같은 날, 같은 유권자가 국회의원은 민주당을, 시장은 보수 후보를 선택한 셈이다.
2022년 지방선거도 비슷한 메시지를 남겼다. 김태흠 후보는 양승조 당시 지사를 상대로 충남 전체에서 53.87%를 얻어 46.12%의 양 후보를 꺾었다. 아산에서도 김 후보가 51.0%로 양 후보 49.0%를 앞섰다. 신도심인 배방·탕정 등에서는 민주당세가 강했지만, 온양권과 읍·면 지역의 보수 결집이 승부를 뒤집은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이번 선거의 핵심은 천안·아산의 ‘도시 표심’이 어디로 움직이느냐다.
박 후보는 이재명 정부와 손발을 맞출 집권여당 도지사론, AI 대전환, 균형성장, 민생 회복을 앞세워 젊은 층과 신도심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김 후보는 민선 8기 성과와 추진력, 천안·아산 돔 아레나 등 대형 프로젝트, 중앙권력 견제론을 결합해 보수층 결집과 중도 확장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충남의 정치 지형은 농촌과 도시, 신도심과 원도심, 정권 안정론과 견제론이 교차하는 복합 지형으로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천안은 민주당의 조직력과 국민의힘의 인물론이 정면 충돌하는 최대 격전지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 후보의 최근 천안 행보는 눈에 띈다. 대규모 집중 유세보다 천안 불당동 먹자골목과 상가 밀집지역을 직접 누비며 젊은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저녁 시간 불당동 거리에서는 식당을 찾아 대학생·청년 직장인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상가를 일일이 방문해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선거운동원과 수행 인력을 최소화한 채 사실상 ‘나 홀로 현장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고깃집에서 청년 유권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번화가 골목에서 젊은 시민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통적인 거리유세보다 유권자의 생활공간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방식으로 중도층과 부동층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박수현 후보는 천안 삼거리공원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어린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대화하고 가족 단위 시민들에게 다가가 교육·돌봄·생활복지 등 생활밀착형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천안 삼거리공원과 생활권 공원을 잇달아 찾으며 시민 접촉을 늘리는 한편, 민주당 천안갑 문진석·천안을 이재관·천안병 이정문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권과 함께 '원팀 유세'를 펼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국회,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집권여당 네트워크를 앞세워 서북부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김 후보가 청년층과 상권 현장을 파고들고, 박 후보가 가족·생활공간 중심의 친화력을 내세우면서 천안·아산 표심을 둘러싼 경쟁도 더욱 세분화되는 양상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천안에서 크게 밀리면 충남 전체 승부가 어렵고, 천안에서 버티거나 앞서면 막판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산은 신도심과 원도심의 표심이 다르고, 천안은 정당투표와 인물투표가 갈리는 지역”이라며 “결국 마지막 48시간의 현장 접촉과 투표율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남지사 선거는 이제 도청 소재지 내포보다 천안역, 불당동, 두정동, 배방, 탕정, 온양 거리에서 결판나는 양상이다. 충남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몰린 서북부 표심, 그중에서도 천안의 선택이 현직 김태흠의 수성이냐 박수현의 뒤집기냐를 가를 최종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