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 나토 회의 앞두고 ‘트럼프 어이할꼬’ 고심

‘동맹에 또 무슨 청구서 내밀까’ 전전긍긍
따로 미리 모여서 대책 회의까지 할 정도
3연임 덴마크 총리, 트럼프와 불편한 대면

매년 한 차례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이 모이는 정례 회의가 1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의 관계가 부쩍 악화한 가운데 유럽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또 무슨 요구를 하면서 청구서를 들이밀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트럼프와 특히 사이가 나쁜 스페인 및 덴마크 총리도 회의 참석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유럽의 3대 강국을 뜻하는 일명 ‘E3’ 정상들. 왼쪽부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SNS 캡처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 정상들을 베를린으로 불러 ‘대책 회의’를 열 계획이다. 어떻게 하면 트럼프와 좀 더 원만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가 논의 주제라고 한다. 참석 대상은 독일은 물론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정상들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함께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나토 정상회의는 오는 7월 7, 8일 이틀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 2월 이란을 겨냥해 ‘장대한 분노’(Epic Fury) 군사 작전에 돌입했다.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도 함께했다. 트럼프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 발본색원을 명분으로 들었다. 공습 첫날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당시 86세)가 사망하는 등 미국·이스라엘이 단숨에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이란이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6)를 새 최고 지도자로 뽑고 저항을 계속하면서 전쟁은 벌써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나토 유럽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전쟁 수행을 적극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물론 전통적 우방 영국마저 미국에 등을 돌렸다. 이에 트럼프는 동맹을 맹비난하며 나토 탈퇴까지 시사했다. 당장 미군을 지휘하는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에게 3만6000명 규모의 주독미군 가운데 5000명 이상을 빼내 독일 이외 국가로 재배치할 것을 명령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왼쪽)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덴마크는 그린란드 영유권 분쟁, 스페인은 미 군용기 영공 통과 금지 조치로 나토 내부에서 미국과 가장 껄끄러운 관계다. AFP연합

트럼프의 핵심 측근인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도 동맹 때리기에 앞장서고 나섰다. 루비오는 최근 유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나토 동맹국의 중동 작전 대응에 실망했다”며 나토 정상회의 때 동맹의 분열 문제가 거론될 것임을 내비쳤다.

 

나토 정상회의장에서 트럼프와의 대면이 가장 껄끄러울 것으로 예상되는 두 유럽 지도자가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그리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주인공이다. 먼저 스페인의 경우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에 가장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스페인에는 미국 해군 및 공군 기지가 있으나 페드로 총리는 미군이 이들 기지를 이란 공격에 활용하지 못하게끔 조치했다. 현재 미군 군용기는 스페인 영공 통과가 금지된 상태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영유권 분쟁으로 2025년부터 미국과 험악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러시아의 북극 지배를 막기 위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이 병합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런 트럼프를 겨냥해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3연임을 확정한 프레데릭센 총리는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더욱 강경한 자세로 트럼프와 미국에 맞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