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2009년 1월∼2017년 1월 재임)의 정식 이름은 ‘버락 후세인(Hussein) 오바마’다. 여기서 ‘후세인’은 이슬람 신자였던 할아버지 성함에서 따온 것이다. 오바마의 부친이 아프리카 케냐 사람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케냐가 아직 영국 식민지이던 시절 미국 하와이 대학교로 유학한 버락 오바마 시니어(1934∼1982)와 미국 백인 여성 스탠리 앤 던햄(1942~1995) 사이에 1961년 태어난 아들이 바로 오바마다. 부부는 금방 이혼했고 오바마는 주로 외가(外家)에서 자랐다. 모친이 인도네시아 남성과 재혼한 뒤로는 꽤 오랜 세월을 인도네시아에서 지내기도 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만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오바마의 다소 복잡한 집안 내력 때문인지 그에게 비판적인 이들은 ‘외국에서 출생한 오바마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오바마가 의붓아버지의 고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유년기를 보낸 것은 맞으나, 태어난 장소는 분명히 미국 50개주(州) 가운데 하나인 하와이다. 그곳에서 푸나호우 고교를 졸업한 오바마는 비로소 미 본토로 건너갔다. 이후 명문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와 법학자, 정치인으로 대성했다.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역시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법률가다.
오바마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나 미국인들 중에는 그를 무슬림으로 알고 있는 이가 의외로 많다. 대통령 재임 중 실시된 어느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3000명 중 18%가 “오바마는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답했다. 이는 오바마 이름 가운데의 ‘후세인’ 때문이라는 것이 미 언론의 분석이다. 중동의 대표적 반미주의자였던 사담 후세인(2006년 사망) 전 이라크 대통령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렇게 여길 수 있겠다.
정작 오바마 본인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물론 ‘버락 H 오바마’란 표현도 쓰지 않는데, 그에게 비판적인 미국 공화당 정치인들 및 보수 언론만 굳이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호칭을 고집한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오바마를 무척 미워한다. 대통령을 두 번 하고 이미 정계를 떠난 오바마를 여전히 가장 강력한 정적(政敵)으로 여긴다. 그냥 ‘오바마’ 또는 ‘버락 오바마’라고 부르는 법이 없고 무조건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표현을 쓴다.
1일 트럼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을 보면 이젠 ‘버락’조차 뺴고 아예 대놓고 ‘후세인 오바마’다. 미 수도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앞 연못을 두고 오바마 행정부 시절과 현재의 수질을 비교하며 대중에게 ‘트럼프가 훨씬 낫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20년 전의 사담 후세인처럼 오바마도 미국의 가치를 위협하는 이교도(異敎徒)라는 경각심을 널리 퍼뜨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 정상들 가운데 트럼프만큼 집요한 이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