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세수 연동 산정법, 학령인구 급감 반영 못 해 성장률 연동·조절장치 마련… 재정 효율화 시급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은 모든 납세자가 부담한 내국세수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기계적으로 떼어 교육 여건이나 학생 수 변화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초중고 교육만을 위해 중앙정부가 시도교육청에 이전해 주는 재원이다. 이처럼 경직적인 재원 조성 방식은 학교와 교사가 부족했던 경제개발 초기인 1972년에 도입됐다.
초중등 교육 투자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반세기 동안 정책 환경은 천양지차로 변했다. 1972년 1000만명을 넘던 학생 수는 현재 475만명으로 급감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학교는 8000여개에서 1만1800여개로, 교사는 17만명에서 43.7만명으로 대폭 늘었다. 1972년 1인당 GDP의 7.9%이던 중앙정부의 학생 1명당 교부금은 2026년 명목성장률을 10%로 높게 전제하여도 28.4% 수준이다. 이는 지방정부 부담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비율 22%를 크게 웃돈다. ‘콩나물시루’였던 초중등 교육 여건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재의 세수 연동형 산정 방식을 고수하면 국가 재정의 효율적 배분은 심각하게 저해된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이를 경험했다. 당시 예상치 못한 세수 호조로 교부금이 과도하게 배분되면서 2022년 교육청 기금에 22조원이 적립됐다. 반면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는 늘어나며 재정 여력이 축소됐다. 초중등 교육도 다른 분야처럼 정책 환경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예산을 산정했다면, 이 22조원은 국채 발행을 축소하고 코로나19 대응과 민생 안정에 쓰였을 것이다. 올해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대응 추경 편성 과정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따른 초과 세수 중 4조8000억원이 교부금으로 자동 편성됐다. 불요불급한 초중등 교육재정 대신 취약계층 지원이나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했어야 한다.
게다가 법인세 의존도가 높아 변동성이 큰 우리나라 세수 구조상, 세수 사이클에 따라 널뛰는 교육재정은 오히려 교육의 안정성을 해친다. 예상 밖 초과 세수로 예산이 늘어나면 예산 소진성 사업이 급조되고, 이는 교사의 업무 부담만 가중할 뿐 교육성과 제고로 이어지기 어렵다.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한정된 재원이 시대적 우선순위에 따라 각 지출 분야에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각 국가기관은 재정 당국에 협조하고 배분받은 예산의 효과성을 제고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부금 산정 방식에서 세수 연동 고리를 완전히 끊어 내고, 교육 여건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해 예산을 편성한 뒤 중앙과 지방이 분담하고 성과 평가 등 여러 재정 효율화 수단에 의해 상시 검토되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세수 연동 방식을 고수해 온 시도교육청의 입장을 고려하여 타협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제안한 명목성장률 전망치에 연동하여 교부금을 증가시키되 학령인구 비중의 변화로 교부금의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다.
최근 이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교육계는 몇 가지 잘못된 인식에 갇혀 2022년 논의 과정에서 했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첫째, 교부금이 줄어든다는 인식은 오해다. 정부가 차년도에 역성장을 전망하지 않는 한 교부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부 경제전망의 낙관적 특성상 교부금은 안정적으로 증가한다. 둘째, 미래 교육 재원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논리에 불과하다. OECD 국가들은 1인당 GDP의 22% 수준에서 미래 투자를 포함한 학생 1명당 중앙과 지방의 초중등 교육 지출을 지속하고 있지만, 새로운 산식은 중앙정부 부담만 26.8%에 맞춰져 있다. 셋째, 교육자치 훼손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현재 교육청은 재원 조달의 책무 없이 지출 자율성만 누리고 있다. 진정한 교육자치를 원한다면 주민 과세 권한부터 요청해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공교육 규모의 경제 훼손을 축소하고자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학생 1인당 지원 수준을 상향 조정하되 총량은 소폭 축소하는 OECD 국가들의 유연한 재정 효율화 노력을 우리 교육청도 본받아야 한다.
초중등 교육이 미래 인적자원 육성에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정된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각 지출 분야별 재원 배분을 합리화하는 것은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걸린 중요한 과제다. 이제는 변화된 정책 환경에 발맞추어 시도교육청이 유연하고 합리적인 교부금 산정 방식 변경에 적극 협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