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과거 상승장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와 고금리 여파로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서울 외곽과 경기 인접 지역의 중저가 단지는 전세난에 등 떠밀린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며 가격이 치솟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중이다.
◆ 상급지 지고 중저가 뜨고... 통념 깨진 서울 부동산
3일 KB부동산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 기준 서울시 전역의 주간 전세 및 매매 상승률은 음영 표시 기준인 0.2%를 웃도는 지역이 속출했다.
주목할 점은 상승을 주도한 지역이다. 강북구와 노원구, 도봉구, 동대문구, 성북구 등 서울 평균 시세보다 비교적 저렴한 중저가 지역의 상승세가 매서웠다. 이들 지역은 주간 단위로 1% 이상 급등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가장 가격이 비싼 강남구와 서초구 등은 상반기 한때 주간 매매가가 0.05%에서 0.16%까지 떨어지며 다소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산가들이 주로 진입하는 고가 지역은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어렵고 전세가율이 낮아 전세난의 여파가 매매로 직접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서울에 준하는 경기 인접지 전세난... 동탄은 비규제 막차 수요
경기도 역시 서울과 맞닿은 지역을 중심으로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다. 수원시 팔달구와 영통구, 성남시 분당구, 안양시, 광명시, 용인시 수지구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도 중고가 지역들은 주간 상승률이 0.3%를 넘어서며 서울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서울 전세난을 피해 경기 인접지로 밀려나면서 현지 전세난과 매매가 상승을 동시에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양시나 평택시, 안성시 등 서울과 거리가 먼 외곽 지역은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며 경기도 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외곽 지역 중 유일하게 급등세를 보인 화성 동탄 지역은 독특한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동탄은 매매가 대비 대출이 최대 70%까지 나오는 비규제 지역인 데다 인근 반도체 대기업 임직원들의 고소득 자금이 유입됐다.
◆ 5월 9일 양도세 완화 이후의 반전... 원인은 역대급 공급 가뭄
당초 시장에서는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 이후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전세로 돌아서며 임대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는데 5월 중순 이후 대부분 지역의 전세가 상승폭은 오히려 더 커졌다. 늘어난 전세 매물보다 집을 구하려는 수요가 훨씬 더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은 앞으로 다가올 대규모 공급 가뭄에 있다. 이날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 및 부동산지인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2026년 1만7000호쯤, 2027년 1만1000호쯤, 2028년 1만호쯤으로 예정됐다. 서울 시내 과거 최소 입주 물량이 연간 3만5000호쯤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역대급 저점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 물량 부족과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중저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흐름이 서울 외곽은 물론 경기·인천 등 수도권 중저가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