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격화하는 고물가 충격, 인플레 방어 실기 말길

5월 소비자물가 3.1%↑ 26개월만에 최고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3%대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물가가 3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물가지수를 끌어 올렸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2026.6.2 pdj6635@yna.co.kr/2026-06-02 13:41:56/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중동전쟁발 고물가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다락같이 오른 탓이다. 기름값 상한제가 두 달 넘게 시행됐지만 물가오름폭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500원대로 치솟아 물가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고유가발 물가충격이 국민 생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3%대 상승은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가 3년10개월 만에 최고치인 24.2%나 급등,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체감물가인 생활물가도 3.3% 상승했다. 재정경제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조치 등이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3.7%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인위적인 가격통제에 집착하는 건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크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이제는 정공법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고 했다. 신 총재는 그제도 “강력한 반도체 수출이 성장률을 끌어올려 통화정책과 관련한 딜레마를 제거해주었다”고 했다. 반도체 덕분에 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사라진 상태라는 뜻인데 사실상 7월 금리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현재의 고물가가 수요보다는 공급충격에서 야기된 만큼 통화정책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거시정책의 정교한 조합과 공조가 절실하다. 한쪽에서는 돈줄을 죄는데 한쪽은 푸는 엇박자는 없어야 한다. 정부도 허리띠를 바짝 조이며 물가관리와 민생안정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영끌’과 ‘빚투’를 부추기거나 소비를 부추기는 정책은 자제하는 게 옳다. 금리 인상 부작용에도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89%로 주요국 최고 수준이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연간이자부담이 3조2000억원이나 늘어난다. 금리 인상기에는 서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더 커진다. 이들에 대한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