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 마셔라 ‘NO’… 술 소비 ‘酒르륵’

1분기 가구 月지출 1만3000원
2025년보다 9.0%↓… 최대폭 감소
회식문화 변화·건강 중시 영향
음주조절 ‘소버 큐리어스’ 확산
50대 가구 감소폭 전연령 최대

경기 광주시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최모(39)씨는 2년간 육아휴직 후 돌아온 사무실에 저녁 술자리가 없어진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술잔을 부딪치며 팀 워크를 다지는 것은 공직 사회의 하나의 문화였으나 복직 후 6개월 동안 술자리가 한 차례도 없었던 것이다. 최씨는 “팀원 6명 중 3명이 건강을 위해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며 “육아 등 가정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도 있어 상급자들도 술자리를 열기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술집의 모습. 연합뉴스

대기업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10여년째 근무 중인 김모(38)씨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회식 빈도도 줄고 술을 강요하는 문화도 사라졌다”고 했다. 기존에는 1주일에 2번, 상사가 따라준 술은 무조건 마셔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회식을 비싼 점심으로 해결하자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는 “술 강요는 징계 사유”라며 “기존에는 관성 때문에 다들 술 문화를 어쩔 수 없이 수긍했지만, 코로나 시기 운동 등 회식 없는 생활 패턴이 정립된 뒤 이를 지키려는 새로운 관성이 생긴 영향 같다”고 말했다.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의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 감소했다. 2019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폭이다.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한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2023년 4분기(-4.4%)부터 10분기 연속 줄고 있다.

물가상승분이 반영된 명목 지출로 살펴봐도 주류 소비는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주류의 명목 소비지출은 전년보다 7.5% 감소해, 8분기 연속 줄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가구주에서 10.2% 줄어 전 연령대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60세 이상 가구도 6.9% 감소했다. 39세 이하 가구와 40대 가구에서는 각각 5.7%, 5.1% 줄었다. 39세 이하 가구는 5분기 연속, 40대 가구는 9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한 번 술을 마실 때 폭음하는 문화도 사라지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7개 시도의 월간 폭음률 중앙값은 33.8%로 집계됐다. 월간 폭음률 중앙값은 2021년 31.7%에서 2023년 35.8%로 2년 연속 오른 이후 지난해까지 2년째 하락했다. 월간 폭음률이란 최근 1년 동안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7잔(또는 맥주 5캔) 이상, 여성은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 음주한 비율을 뜻한다.

전문가는 연령을 막론하고 건강을 우선시하는 흐름이 생기면서 주류 소비 성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소버(Sober)와 호기심이 많다는 의미를 가진 큐리어스(Curious)를 합친 ‘소버 큐리어스’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술 취하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갖고 의식적으로 술을 조절하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고 공식적인 회사모임이나 사모임 등 모임 자체가 줄어들면서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양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주류 업계도 알코올이 포함되더라도 혼자 즐기기 좋은 다양한 음료식을 개발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