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사고와 관련 위험성이 낮은 사업장이라는 안일한 판단과 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고가 발생한 추진제 세척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소화기 1대만 비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약 잔류물의 관리 적절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폭발 사고가 발생한 56동 세척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세척실 면적이 243㎡로 관련 설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척실에는 20㎏ 규모의 소화기 1대만 비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 가재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장은 “노동자들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경상을 입은 직원도 세척실 밖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외부 CCTV와 인근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 당시 상황을 분석할 방침이다.
세척과정에서 발생한 화약 잔류물 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척실에서는 로켓(미사일) 고체추진제 주입 작업에 사용된 도구를 세척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잔류물은 나무상자에 담아 세척실 한쪽에 보관해 왔다고 한다.
잔류물은 물과 화약 성분, 세정제가 섞인 반액체 상태의 슬러지로 비전도성·절연성 재질인 나무상자에 옮겨 담아 보관된다. 이후 일정량이 쌓이면 별도 공정으로 옮겨 경화 작업을 거쳐 폐기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잔류물의 성분과 보관 방식, 작업 절차 전반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원 이사는 “원인 미상의 발화가 발생했다면 잔류물이 집중 보관된 공간으로 불길이 번져 추가 폭발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일부 목격자들이 두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재웅 대전사업장장은 “경화 전 상태의 잔류물은 충격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나무상자를 사용하는 것은 정전기 등 전기적 요인이 화약 성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소배기장치 교체 문제에 대해선 “배기장치 교체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세척공실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배기장치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며 “순차적으로 작업하다 보니 교체 작업이 완전히 완료되진 않았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의 올해 생산 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10∼15% 정도 늘었다. 사고로 사망한 20대 비정규직 직원 2명은 생산량 증가로 인해 채용한 직원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 규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경찰은 이날 현장 합동감식에서 발화부 추정 지점을 확인했다. 발화지점에서 수거한 타다 만 잔해물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정밀 감식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