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1만8000원·칼국수 1만원”
점심시간을 앞둔 서울의 한 평양냉면 전문점. 물냉면 한 그릇 가격은 이미 1만원 중반대를 넘어섰다. 예전엔 더위를 식히러 찾던 냉면이었지만, 이제는 한 그릇 가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물가 부담도 여전하다.
3일 국가데이터처 2026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올랐다.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했다. 더위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냉면과 삼계탕 같은 여름철 외식 메뉴가 먼저 부담으로 다가온 셈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 외식비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지역 냉면 평균 가격은 1만2615원이었다. 서울 냉면 평균가는 2022년 4월 처음 1만원을 넘어선 뒤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유명 평양냉면 전문점은 평균보다 더 비싸다. 우래옥은 올해 냉면 가격을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렸다. 을밀대는 1만6000원, 필동면옥·을지면옥·진미평양냉면 등도 1만5000원 안팎이다. 여름이면 부담 없이 찾던 냉면집 풍경도 예전 같지 않다.
◆냉면값에 식자재·인건비가 함께 담겼다
냉면값이 오른 배경에는 식자재 부담이 있다. 육수를 내는 쇠고기, 면 재료, 고명 가격이 오르면 식당이 버틸 여지는 줄어든다. 전기·가스요금, 임차료, 카드 수수료도 메뉴판 뒤에 붙어 있다. 냉면값이 오른 데는 육수 재료값과 인건비, 임차료 등 식당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깔려 있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크다.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지난해보다 290원 올랐다. 외식업은 조리, 서빙, 설거지, 매장 관리까지 사람 손이 많이 드는 업종이다.
한 식당 주인은 “육수 끓이고 면 삶고 손님 받는 일까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며 “재료비도 문제지만 인건비 부담이 제일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여름 보양식인 삼계탕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4월 서울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8154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만 평균 1만8000원을 넘었다. 4인 가족이 삼계탕을 먹으면 음식값만 7만원을 넘는다. 가족 외식 한 번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셈이다.
◆칼국수 1만원, 김밥 3800원…가벼운 점심도 무거워졌다
부담은 냉면과 삼계탕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울 기준 자장면 평균 가격은 7731원, 김밥 한 줄은 3800원이었다. 동네 식당에서 편하게 고르던 칼국수도 평균 1만38원으로 1만원 선을 넘었다.
가격 부담이 커진 건 냉면과 삼계탕만이 아니다. 자장면과 김밥, 칼국수처럼 평소 자주 먹는 메뉴 가격도 함께 올랐다. 직장인과 학생들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점심값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가 압력도 쉽게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부담이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4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1.9% 올랐다. 2022년 7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기름값 상승은 식재료 운송비와 배달비, 매장 운영비로 번진다.
식당이 당장 가격표를 바꾸지 않더라도 원가 부담이 쌓이면 결국 메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외식 물가 상승이 길어질수록 소비자의 메뉴 선택이 더 예민해질 것으로 본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대표 메뉴는 수요가 몰리는 만큼 가격 변화에도 소비자 반응이 빠르다”며 “최근에는 메뉴를 고를 때 가격 부담을 먼저 따지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