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숏폼은 기업들이 마케팅과 사회공헌 활동에서 빼놓기 어려운 소통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3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로 대표되는 무료 OTT 플랫폼 이용자의 69.6%가 숏폼 콘텐츠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사회공헌도 이제 보도자료 한 장으로 끝나기 어려운 환경이 된 셈이다.
이랜드그룹이 숏폼 전문 MCN 윗유와 진행한 가정의 달 사회공헌 프로젝트 ‘24시간 영업중, 마음을 전하는 백화점’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자립준비청년과 위기가정 25가구에 생필품을 전달하는 캠페인이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해당 캠페인이 뉴미디어 채널에서 누적 조회수 1000만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방식은 기존 기부 캠페인과 달랐다. 영업이 끝난 NC백화점 강서점에서 윗유 소속 크리에이터 25팀이 킴스클럽과 매장을 돌며 지원 대상에게 필요한 물품을 직접 골랐다. 식료품, 생활용품, 장난감 등을 고르는 과정은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에서 약 100개의 콘텐츠로 공개됐다.
이랜드그룹은 지원 대상 발굴과 연결을 맡았고, 이랜드리테일은 NC백화점과 킴스클럽의 공간·상품을 제공했다. 윗유는 콘텐츠 기획과 확산을 담당했다. 기업의 오프라인 자산, 유통 채널, 크리에이터의 이야기 방식이 한 캠페인 안에서 묶인 구조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매장을 단순한 구매 공간이 아닌 ‘콘텐츠 무대’로 바꿨다는 데 있다. 백화점과 마트는 평소 소비가 일어나는 장소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그 공간이 기부 물품을 고르는 현장이 됐다.
기존 사회공헌은 대개 전달식 사진과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알려졌다. 메시지는 기업에서 대중으로 일방향으로 흘렀다. 반면 이번 모델은 크리에이터가 사연을 접하고 물건을 고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청자는 기부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고민의 과정을 따라간다.
이 차이가 조회수로 이어졌다. ‘좋은 일을 했다’는 선언보다, 누가 무엇을 왜 골랐는지를 보여주는 짧은 영상이 더 빠르게 소비된다. 사회공헌 메시지가 홍보 문구에서 콘텐츠 포맷으로 옮겨간 것이다.
유통업계가 크리에이터와 손잡는 흐름은 커머스 분야에서 먼저 빨라졌다. CJ온스타일은 2025년 12월 유튜브와 파트너십을 맺고 크리에이터 투자를 포함한 영상 기반 ‘발견형 쇼핑’ 전략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검색해서 사는 방식에서, 콘텐츠를 보다가 발견하고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비 흐름이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사회공헌도 같은 문법을 빌려오기 시작했다. 상품 판매를 위해 쓰이던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이번에는 기부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로가 됐다. 유통과 크리에이터의 결합이 한쪽에서는 매출을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익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셈이다.
크리에이터와 오프라인 공간의 결합 자체도 낯선 방식은 아니다. CJ ENM의 다이아페스티벌은 2016년 온라인에서 보던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오프라인 행사장으로 불러낸 대표 사례다. 팬 행사 성격이 강했지만, 온라인 영향력을 실제 공간으로 옮기는 문법은 이미 그때부터 만들어졌다.
전통 유통기업의 사회공헌은 오랫동안 상징과 행사 중심으로 운영됐다. 롯데의 ‘슈퍼블루마라톤’은 장애인의 희망과 자립을 상징하는 파란색 운동화끈을 매개로 장애 인식 개선 메시지를 전해왔다. 2015년 시작된 이 행사는 누적 참가자 약 8만명 규모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 협업형 사회공헌은 젊은 세대에게 공익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콘텐츠 흥행과 실제 지원 성과를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조회수뿐 아니라 지원 지속성, 참여자 전환, 후속 기부 연결까지 함께 보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