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살린다…물류업계 ‘상생 경쟁’ 확산

작은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주문이 늘어나는 일은 반갑지만,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재고를 둘 공간이 부족하고, 포장 인력은 모자라며, 택배비 부담은 곧바로 마진을 깎는다. 물건을 잘 파는 것만큼 ‘제때 보내는 일’이 중요해진 이유다.

 

한진 제공

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조1004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8.6% 늘었다.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18조8554억원으로 전체의 78.2%를 차지했다. 판매 무대가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소상공인에게도 물류 처리 능력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됐다.

 

한진은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한유원)이 주관하는 ‘2026년 소상공인 물류 서비스 지원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단순 택배비 지원이 아니다. 상품 입고와 보관, 포장, 배송까지 물류 전 과정을 맡는 풀필먼트 지원이다. 한진은 자사 ‘원클릭 풀필먼트’ 시스템을 통해 소상공인이 판매와 상품 기획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한유원이 모집하는 약 150개사 가운데 한진은 최대 75개사를 전담한다. 사업 기간은 올해 12월까지다. 연간 총 1억8000만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은 3개월에 걸쳐 순차 지급된다.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소상공인에게는 초기 물류비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신청은 유통지원 포털 ‘판판대로’에서 진행된다. 예산이 소진되면 조기 마감될 수 있어, 참여를 원하는 소상공인은 소상공인 확인서 발급 여부와 물동량 증빙 자료를 미리 챙겨야 한다.

 

한진은 남서울풀필먼트센터 입점과 온보딩 지원, 온라인 광고, 원클릭 공식 사이트 내 전용 접수 채널 운영도 병행한다. 처음 풀필먼트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이 물류사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까지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한진의 소상공인 지원은 이번 사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 4월에는 경상북도 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 ‘사이소’와 협업해 지역 농가 물류 지원에 나섰다.

 

한진은 소상공인 전용 물류 플랫폼 ‘원클릭택배’를 통해 ‘사이소’ 입점 농가와 업체에 맞춤형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온라인 접수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 생산자를 위해 전화와 오픈채팅 기반 핫라인 접수 채널을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농산물 특성도 반영했다. 감자, 사과처럼 부피가 크고 무거운 박스가 많은 점을 고려해 취급 가능 규격을 기존 140㎝·15㎏ 이하에서 160㎝·20㎏ 이하로 확대했다. 물류 지원이 현장 사용성까지 닿아야 효과가 난다는 판단이다.

 

해외 판로 지원도 이어진다. 한진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시행하는 ‘2026년 온라인수출 중소기업 물류지원 사업’ 수행기관으로도 선정됐다. 2023년부터 4년 연속이다.

 

참여 기업이 한진의 해외 풀필먼트 거점을 활용하면 관련 비용의 70%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한진은 지난 3년 동안 누적 300여개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고, 역직구 특송 지원 누적 화물량은 약 5만박스를 기록했다.

 

소상공인 물류 지원은 한진만의 전략이 아니다. CJ대한통운도 한유원과 손잡고 소상공인 풀필먼트 지원을 확대해왔다.

 

CJ대한통운은 2025년 한유원의 ‘소상공인 스마트물류 지원사업’ 수행사로 선정돼 이커머스 셀러 250개사를 대상으로 e-풀필먼트 입점 지원에 나섰다. 개별 셀러 기준 국비 157만5000원, 자부담금 35만원 조건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CJ대한통운은 플랫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풀필먼트 물류 서비스와 익일배송, 도착보장, 당일배송 등을 앞세웠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자체 창고와 인력을 갖추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배송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올해는 자체 상생 캠페인도 진행했다. CJ대한통운은 식품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함께사네, 가치오네’ 캠페인을 열고 택배 배송이 가능한 식품 셀러 30개사를 선발했다. 총 4000만원 규모의 배송지원금과 물류비 할인, 홍보 콘텐츠 제작, 유튜브 PPL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물류 지원이 단순 비용 보조에서 홍보와 판매 촉진으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판매에서 물류는 보이지 않는 뒷단이 아니다. 소비자가 상품을 다시 사는지, 리뷰에 배송 불만을 남기는지, 판매자가 할인 행사를 버틸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핵심 조건이다.

 

소상공인에게 풀필먼트는 창고를 빌리는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입고, 보관, 재고관리, 포장, 출고를 외부 전문기업에 맡기고 상품 기획과 고객 응대에 시간을 돌릴 수 있게 해준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사업자일수록 효과가 크다.

 

정부 지원사업은 문턱도 있다. 모집 규모가 정해져 있고 예산 소진 시 조기 마감된다. 신청 자격과 증빙 서류를 놓치면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배송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재고관리와 포장, 배송까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원하느냐가 핵심이 됐다”며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물류를 직접 처리하는 부담을 줄이고 판매와 상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