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넘자마자 14% 빠졌다.”
올해 들어 주가가 700% 넘게 뛰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으로 올라섰던 삼성전기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이 컸다. 고점 부근에서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도 커졌다.
주가를 밀어 올린 실적 근거는 있었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2091억원, 영업이익 280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 영업이익은 40% 늘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 3조원을 넘긴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달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기는 전 거래일보다 9.58% 내린 181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부터 약세로 출발한 주가는 오전 한때 165만원선까지 밀렸다.
삼성전기는 지난 5월13일 장중 100만원선을 넘으며 이른바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이후 상승 속도는 더 빨라졌다. 5월29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15.04% 오른 212만7000원에 마감했다. 100만원선 돌파 이후 7거래일 만에 주가가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시가총액도 크게 불어났다. 한국거래소 기준 삼성전기 시가총액은 5월29일 158조8735억원까지 커지며 현대차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4위에 올랐다. 장중에는 SK스퀘어를 제치고 3위권까지 넘봤다.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삼성전기는 6월1일 5.74% 하락하며 200만원선으로 내려왔고, 2일에도 9% 넘게 빠졌다. 이틀간 하락률은 14.7%에 달했다. 시가총액은 135조4196억원으로 줄었고, 순위도 6위로 밀렸다.
올해 초 20만원대였던 주가는 5월29일 200만원을 넘기며 상승률이 734%까지 치솟았다. 6월2일 종가 기준으로도 올해 상승률은 600%를 웃돈다. 문제는 속도였다. 실적 기대가 주가에 빠르게 반영된 만큼, 매도 물량이 나오자 낙폭도 커졌다.
주가 상승의 중심에는 MLCC와 FC-BGA가 있다. MLCC는 전자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뿐 아니라 AI 서버, 데이터센터, 고성능 반도체에도 들어간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이유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와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고부가 패키지 기판이다. AI 서버 투자가 늘수록 고성능 기판 수요도 함께 커진다. 삼성전기가 AI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AI 인프라 확장의 후방 수혜주로 묶인 배경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단기 과열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AI 반도체 랠리 속 관련 부품주가 한꺼번에 오른 데다 엔비디아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주가가 먼저 달렸다는 분석이다. 6월3일 지방선거 휴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줄인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업황 기대가 꺾였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가의 눈높이는 오히려 높아졌다. DB증권은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기존 16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목표주가를 280만원으로 제시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주가가 실적 개선 기대를 선반영하며 빠르게 상승한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향후에는 AI 수요 확대가 실제 매출과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지가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 주가 흐름보다 기업의 수주와 실적 추이를 확인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