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 노사 임단협 시작 노조, 영업익 30% 분배 요구 사측 “업황 변동성 고려해야”
반도체업계에 이어 조선업계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역대급 수주 호황으로 실적이 개선되자 노조가 성과급 확대와 이익 공유를 요구하고 나섰다. 구조조정과 고용 안정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핵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성과급과 이익 배분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전날 상견례를 열고 올해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국내 대형 조선사 중 가장 먼저 협상을 시작하면서 조선업계 임단협 방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이번 협상의 핵심은 성과급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요구안에 담았다. 조선업계에서 영업이익과 연계한 성과급 지급을 공식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삼성전자 노조 등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와 관련해 “기업 이익은 투자와 연구개발, 고용 등에 활용돼야 할 경영 자원”이라며 “이익 배분 비율을 단체협약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특별 권고를 회원사에 배포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010년대 장기 불황기에 임금 억제와 구조조정, 인력 감축을 감내한 만큼 최근 수년간 이어진 실적 개선의 성과를 노동자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빅3’ 모두 최근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업황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조선업은 선박 건조 기간이 길고 수주 시점과 인도 시점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큰 산업인 만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제도화할 경우 향후 투자 여력과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친환경 선박과 디지털 전환, 자동화 설비 확대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이달 중 임단협 교섭에 돌입할 예정이라 성과급과 이익 배분 문제는 조선업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성과 공유 요구도 과거보다 훨씬 강해지고 있다”며 “올해 임단협은 임금 인상 수준뿐 아니라 향후 성과급 체계와 원·하청 노사관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