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블랙박스에 피해 여고생 마지막 모습 담겨

검찰 ‘성폭행 목적 접근, 저항하자 범행’, 강간살인 혐의 적용
외국인 여성 성폭력범죄 등 추가 혐의도 적용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지난달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뉴스1

광주 도심에서 귀가하던 17세 여고생 고(故) 이채원 양을 흉기로 살해한 장윤기(23)의 진짜 범행 목적이 ‘성폭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범행 현장 인근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범행 실체를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광주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에 주차돼 있던 대형 트럭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장윤기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해당 트럭 블랙박스는 전후좌우 4개 방향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 저장하고 있었다.

 

영상에는 장윤기가 이 양의 목을 졸라 끌고 가려 하는 모습과 이 양이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격렬하게 저항하자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영상을 토대로 신원을 특정해 범행 약 11시간 만에 장윤기를 검거했다. 사각지대를 없앤 고해상도 4채널 상시 녹화 기술이 인적이 드문 심야 시간대 강력 범죄를 규명하는 결정적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작용했다.

 

◆ 블랙박스 영상, 성폭행 의도 입증 핵심

 

검찰이 장윤기의 성폭행 의도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확보한 영상도 이 블랙박스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검 형사3부(김진희 부장검사)는 이같은 증거를 토대로 장윤기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장윤기가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20대 베트남 국적 여성 A씨를 대상으로 저지른 성폭행과 수법이 동일하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경찰 송치 당시 적용됐던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선은 징역 5년이다. 검찰이 새로 적용한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어 혐의가 대폭 상향됐다.

 

이러한 혐의 변경은 법조계 안팎에서 범행의 잔혹성과 계획성을 법원이 엄중하게 다룰 수 있는 핵심 법리적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대검찰청의 강력범죄 및 성착취 범죄 엄단 기조와 맞물려, 단순 우발적 살인이 아닌 성범죄 목적의 계획범행으로 공소 사실이 구성됨에 따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법정 최고형이 구형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다만 사형이 내려지더라도 집행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다.

 

◆ 10시간 감금부터 30시간 배회까지…스토킹처벌법 사각지대 노출

 

검찰은 장윤기가 이 양을 살해하기 전 A씨에게 저지른 강간 등 상해, 살인예비, 감금,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도 이번 공소장에 포함했다.

 

장윤기는 A씨에게 교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A씨의 집에 침입해 10시간 이상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는 장윤기를 발견하고 112에 스토킹 의심 신고를 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장윤기는 경찰의 ‘스토킹 경고 문자’를 받고도 30시간 가까이 광주 첨단지구 일대를 배회하며 A씨를 찾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시행된 이후에도 경고 조치 이후 신변 보호 연속성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아, 피해자가 이사를 했음에도 추적이 이어지는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A씨를 찾지 못해 분노가 극에 달한 장윤기는 범행 대상을 이 양으로 바꿔 미행했다. 장윤기는 지난달 5일 오전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인적이 드물고 방범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인 샛길 초입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스토킹 피해자를 찾지 못하자 무고한 제3자를 대상으로 범행 대상을 전환한 이 패턴은 스토킹 범죄가 단계적으로 강력 범죄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전해진다.

지난달 5일 광주에서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자 고(故) 이채원(17)양의 모습이 방 안에 놓여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 피해 유족 “17세 이채원으로 기억해 달라”

 

장윤기는 이 양의 비명을 듣고 도우러 온 고교 2학년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 장윤기는 체포 당시 범행에 사용한 흉기 외에 개봉하지 않은 흉기 1점을 추가로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는 A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판단됐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장윤기는 “사는 게 재미없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고민하다 범행을 결심했다”는 진술을 반복하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해왔다.

 

피해 유족은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자’가 아닌 ‘17세 이채원’으로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 저희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잊히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광산구청은 피해자를 구하려다 중상을 입은 남고생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의사상자 지정을 신청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남고생이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구 차원에서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