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시즌2 우승자 최강록 셰프는 제일 좋아하는 소주를 ‘빨뚜(빨간 뚜껑)’라고 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 가운데 가장 도수가 높은 오리지널(20.1도)을 지칭한다. 셰프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가려진 자영업자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소주는 “노동주 혹은 취침주”라는 것이다. 음주를 조장하기보다는 소주 한잔이 피곤한 하루를 위로한다는 서사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인에게 술은 각별한 존재다. 좋은 일이건 슬픈 일이건 술이 빠지지 않는다. 헤어질 때 인사말이 ‘술이나 한잔하자’일 정도다. 수십 가지 폭탄주 제조법은 물론이고 주류회사가 발급한 비공인(?) 폭탄주 제조 자격증까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월요일은 원래 마시고, 화요일은 화가 나서, 수요일은 수수하게 한잔 마신다는 등의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세계보건기구(WTO)가 술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걸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 규모는 1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 10분기 연속 감소세다.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술에 취하지 않은’이라는 뜻의 소버(Sober)와 ‘궁금한’이라는 큐리어스(Curious)를 합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금주는 아니지만 술을 마시는 이유와 음주 습관을 돌아보며 음주량을 줄이거나 절제하려는 태도다. 2014년 380만8000㎘이던 주류 출고량도 2024년 315만1000㎘로 10년 사이 17.3% 줄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주류 업계가 달달한 맛과 낮은 도수의 술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무알코올·저도주 음료’를 뜻하는 NOLO(‘NO’ alcohol or ‘LO’w alcohol) 시장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맥주는 알코올 함량을 0%대까지 끌어내린 데 이어 레몬맛, 제로칼로리, 글루텐프리 등 차별화에 나섰다. 소주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 초 ‘진로’와 ‘새로’에 이어 국내 1위 참이슬 후레쉬가 이달 중순부터 알코올 도수를 15.7도로 내린다. 2020년 5월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춘 지 약 6년 만에 15도대에 진입하게 됐다. 사실상 주류가 된 ‘15도 소주’를 MZ들이 술술 마실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