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들이 보수 진영의 현직들을 앞지르며 8년 만의 ‘진보 교육감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서울·인천·부산 등 현직 진보 진영 교육감은 수성에 성공한 반면, 경기·강원·대전 등 지난 선거에서 보수 진영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선 진보 진영이 대거 탈환할 전망이다.
개표가 33.79% 진행된 4일 0시 기준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구 중 12개 지역에서 진보 진영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거나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근식(서울·유력), 도성훈(인천), 김대중(전남광주·당선확실), 김석준(부산·확실), 송영기(경남), 이병도(충남), 조용식(울산·유력), 천호성(전북·확실), 강삼영(강원), 안민석(경기), 성광진(대전), 고의숙 후보(제주·확실) 등이다.
반면 보수 진영이 우세를 점한 지역은 대구(강은희·유력), 경북(임종식·유력), 충북(윤건영·확실), 세종(강미애) 등 4곳에 불과했다. 세종에선 강미애 후보가 진보 진영의 임전수 후보를 10.8%포인트 차로 앞섰다. 경합 결과에 따라 진보 진영 교육감은 현재 9곳에서 12~13곳으로 늘고, 보수 교육감은 8곳에서 3~4곳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2018년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들이 압승하며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를 연 뒤 4년 만인 2022년 선거에선 보수 진영 후보들이 17곳 중 8곳에서 선전하며 균형을 맞췄다.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세와 진영별 표심 결집이 교육감 선거판까지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격전지로 주목된 곳은 보수와 진보 진영이 막판 극적인 단일화에 성공해 ‘일대일 빅매치’로 맞붙은 경기교육감 선거다.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안민석 후보가 52.34%를 기록해, 재선에 도전한 보수 진영의 현직 임태희 후보(47.64%)를 4.7%포인트 차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경합을 벌였다. 제주에서는 ‘새바람’이 불었다. 진보 진영의 고의숙 후보가 현역 김광수 교육감을 제치고, 당선됐다. 제주 사상 첫 여성 선출직 교육감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전교조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12개 지역과 1개 경합 지역의 진보 성향 후보 13명 중 무려 10명이 전교조 지부장을 지냈거나 조합원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에서 41.22% 득표율로 우위를 점한 강삼영 후보는 전교조 동해·삼척지회장, 대전에서 31.57%를 득표해 보수 진영의 오석진 후보를 제친 성광진 후보는 대전지부장 출신이다. 인천의 도성훈, 경남의 송영기, 울산의 조용식, 충남의 이병도 후보 역시 모두 전교조 지역 지부장 출신이다.
교육계에서는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의 특성상, 지역 사회에서 오랜 기간 다져진 전교조 고유의 탄탄한 조직력과 자금 동원력이 표심 결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현재 교육감 선거법은 정당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공직선거법을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돈과 조직이 있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며 “전교조 등 조직 동원력이 있는 후보들이 당선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현역 교육감들의 강세 기류도 뚜렷했다.
이번 선거에 뛰어든 현직 교육감 11명 중 서울·대구·부산·경북·충북·인천·전남광주 등 7곳에서 현직 교육감 후보들이 우세하거나 경합 우세를 나타냈다. 선거 막판까지 이어진 단일화 공방과 낮은 유권자 관심 속에서도 현직 교육감들의 높은 인지도와 조직력을 앞세운 ‘현직 프리미엄’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