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국민의힘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장동혁 지도부가 존립의 기로에 섰다. 국민의힘은 선거 중반 이후 접전지가 늘어난 데 기대를 걸었지만, 방송사 출구조사와 예측조사에서는 경북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열세 또는 초박빙 흐름을 보였다. 특히 보수 텃밭인 대구까지 흔들리면서 선거 패배 책임론과 보수 재편 논의가 동시에 분출할 전망이다. 다만 선거 당일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지도부 거취 문제는 선거 관리 부실 논란에 대한 대응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국민의힘 우세 지역은 경북 1곳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이철우 후보(64.93%)가 경북도지사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14곳에서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도 대구 달성에 출마한 이진숙 후보가 63.83%로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당선 확실 판정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 전까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전) 가운데 12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선이 확실시된 경북을 포함해 국민의힘이 자당의 접전지로 분류된 지역(부산·대구·강원·충남·충북)을 모두 가져간다고 가정하더라도 확보 가능한 광역단체장은 총 6곳에 그치게 된다.
이에 따라 선거를 총괄 지휘한 장동혁 대표를 향한 책임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총선 패배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재명정부 출범 등 야당에 불리한 환경 속에서 치러진 선거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절윤(윤석열과 절연) 논란’과 ‘방미 논란’ 등으로 장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린 상황에서 ‘원톱’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한 만큼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거운동 기간 최대 격전지로 꼽힌 서울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독자 행보를 이어가며 장 대표와 단 한 차례도 합동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앞서 후보들이 장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등 잡음도 계속됐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지도부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장 대표가 ‘윤어게인’(윤석열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 문제 등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선거 초반 어려움을 자초했다”며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앞두고 당내 분란으로 비칠 수 있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장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한동훈 후보의 당선 여부도 장동혁 지도부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한 후보의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장 대표 체제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후보의 당내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당권 구도와 보수 재편 논의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 후보가 낙선하더라도 보수 진영이 단일대오를 구축하지 못해 패배했다는 책임론이 장동혁 지도부를 향할 수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의 임기가 16일 종료되는 만큼 장동혁 지도부가 붕괴할 경우 국민의힘이 새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르면 8∼9월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거 패배가 현실화할 경우 보수 개편과 차기 당권 경쟁이 조기에 점화되면서 국민의힘이 상당 기간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선거 패배 책임론은 일단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지도부는 재선거 실시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인 만큼, 지도부 거취 문제도 당분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