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아니다?”
코스피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자 시장에서는 걱정도 나온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에 자금이 몰리면서 “너무 빠르게 오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실제로 상승을 이끄는 업종이 일부에 집중될수록 예상치 못한 악재 하나에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상승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쏠림은 분명하지만, 수출과 이익 전망이 함께 올라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4일 산업통상부 ‘2026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53.2% 증가한 877억5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169.4% 늘며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20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2개 품목이 증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반도체만 혼자 달린 것은 아니었다. 컴퓨터와 무선통신기기 등 IT 품목이 강했고, 석유제품과 화장품, 바이오헬스도 증가 흐름에 포함됐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가전은 감소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수 업종으로의 자금 집중 현상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국내 증시의 우상향 흐름을 훼손할 만한 요인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증시 상승은 AI 관련 업종이 주도했다. 신영증권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IT하드웨어 업종은 76.1%, 반도체 업종은 55.7%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28.4%를 크게 웃돈다.
겉으로 보면 시장이 일부 업종에 과도하게 기대는 구조다. 반도체 대형주가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함께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연구원은 이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국내 증시의 강세를 단순한 소수 업종 쏠림 현상의 결과로 간주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근거는 이익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기대를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두 기업을 제외한 곳들의 이익 추정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코스피의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10.3%, 11.6% 상향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도 같은 기간 각각 10.5%, 10.6% 높아졌다.
주가만 앞서 달린 장세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기업들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 전망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결국 시장은 돈이 어디로 몰리느냐보다 그 기대를 실제 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를 본다. 자금이 몰리는 이유가 있고, 그 흐름을 떠받칠 실적이 따라준다면 상승세도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지수 조정은 소수 주도 업종으로 수급이 집중된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과거 주도주 중심의 상승 추세가 꺾인 시기에는 미국 긴축 우려, 경기 침체 가능성 확대, 글로벌 유동성 축소 같은 외부 충격이 함께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서는 그런 충격이 단기간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지 않았고, 기업 실적 전망도 상향 흐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회복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5월 수출은 3개월 연속 800억달러를 넘어섰다. 무역수지는 269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5월 누적 무역수지도 1019억1000만달러 흑자로, 기존 연간 최대치였던 2017년 952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반도체가 앞에서 끌고 가는 장세인 것은 맞다. 그러나 뒤따르는 품목과 기업 이익이 완전히 비어 있는 장세는 아니다.
시장의 다음 관심은 2분기 실적이다. 지금까지는 AI 투자 사이클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렸다. 앞으로는 그 기대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확인돼야 한다.
이 연구원은 “2분기 실적 시즌이 가까워질수록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기대감보다 실제 실적 개선 여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장세라는 점은 부담이다. 특정 업종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지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주가가 먼저 오른 만큼 실적 확인 과정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여지도 있다.
지금 증시를 단순히 거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 전망도 함께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AI와 반도체가 상승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다른 업종들까지 이익 회복 흐름이 얼마나 확산되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쏠림은 경계해야 하지만, 쏠림 자체가 곧 하락 신호는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반도체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르느냐보다 이익 상향 흐름이 다른 업종으로 얼마나 넓어지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