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최전선’ 애기봉 스타벅스마저…‘탱크데이’ 논란에 퇴거 요구 직면

2024년 11월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 내에 개점
지난달 ‘탱크데이’ 논란에 시민단체들 “퇴거” 촉구

남북 분단의 최전선이자 평화의 상징인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평화생태공원. 한강 하류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불과 1.4㎞ 떨어진 이곳은 6·25 전쟁 당시 남한과 북한 군이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 중 하나다. 전시관과 정원 등이 조성됐으며, 국방의 최전선이라는 특성상 군사 검문소를 지나야만 진입할 수 있다.

 

삼엄하면서도 뜻깊은 이곳에 2024년 11월 글로벌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김포시는 애기봉을 글로벌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 아래 세계적인 브랜드의 입점을 추진했다. 개점 당시 시는 스타벅스와 협업해 전용 굿즈나 시그니처 음료를 선보이고, 주변에 복합문화시설과 모노레일 등을 신축하는 거점 관광단지 개발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평화생태공원 내의 스타벅스 매장 외부에서 방문객들이 망원경 등으로 북한 땅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환 기자

스타벅스의 등장은 국내외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 AP, 로이터 통신, CNN 방송 등 외신들은 남북의 긴장 관계 속에서 문을 연 이 매장을 집중 조명했다. 외신들은 군사 검문소를 거쳐야 하는 독특한 접근 방식과 함께 매장 내부의 테이블과 창문이 모두 북한 방향을 바라보게 배치된 점을 흥미롭게 전했다.

 

당시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북한 개풍군 민간 마을과 송악산, 저층 건물과 농장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겼다. 한 지역 주민은 외신 인터뷰에서 “이 맛있는 커피를 바로 앞에 있는 북한 주민들과 나누고 싶다”는 소망도 피력했다. 개점 첫날에만 방문객 수십명이 몰려 지구촌 유일무이한 풍경을 품은 명소로 자리 잡는 듯했다.

 

약 1년6개월이 흐른 지난달 30일 오후에도 매장은 더위를 달래려는 공원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방문객들은 별도 주차장에 차를 댄 뒤 셔틀버스를 타고 군사 검문소를 통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공원과 전망대를 찾았고, 북한 땅 조망 후 시원한 음료를 찾는 이들로 스타벅스 매장 내부는 붐볐다. 매장 한편에는 지난달 불거진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사과문이 여전히 붙어 있었다.

 

관광 활성화의 상징으로 환영받던 이 매장은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기점으로 거센 역풍을 맞이했다. 시민단체들이 매장 퇴거를 강하게 요구하면서다. 지난 2일,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 등 8개 김포 지역 시민단체는 김포시청 앞을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마케팅 논란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매장 계약 해지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반평화적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브랜드가 다른 곳도 아닌 남북 분단의 최전선이자 평화의 상징인 애기봉에 입점해 있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지분 구조가 어떠하든 스타벅스가 가진 외국 자본의 상징성과 상업 문화가 평화의 성지를 잠식하는 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자본의 유혹이 아닌 평화와 통일이라는 본래 가치를 앞세워 애기봉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김포시를 향해서도 독점 특혜 상업화를 즉각 중단하고 애기봉 본연의 정체성을 살릴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김포시는 애기봉 평화전망대에서 스타벅스 입점 계약을 즉시 해지하고, 스타벅스는 애기봉에서 즉각 퇴거하라”며 관계 당국의 결단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