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뒤집은 15시간의 드라마…박완수, 김경수 꺾고 경남지사 '재선' [6·3의 선택]

지상파 출구조사 8.6%p 열세 딛고 자정 이후 역전…최대 승부처 '창원'이 당선 견인

개표율 98.75%를 넘어가던 4일 오전 9시. 마침내 경남도정을 이끌 수장이 확정되는 순간 전장 같았던 후보들 선거 캠프에는 무거운 침묵과 환호가 교차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었던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를 상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재선에 성공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박완수(왼쪽) 국민의힘 경남지사 당선자. 박완수 후보 선거 캠프 제공

박 당선자는 부산·울산·경남 현직 국민의힘 시도지사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이번 선거는 투표 종료 직후부터 한 편의 드라마였다.

 

전날 오후 6시 지상파 3사(KBS·MBC·SBS)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만 해도 박 당선자의 캠프에는 탄식과 정적만이 흘렀다.

 

출구조사에서 김경수 후보(52.3%)가 박 당선자(45.7%)를 8.6%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정이 지나 본투표 개표가 본격화되고 박 당선자의 견고한 지역 기반 표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3일 자정 무렵 박 당선자는 처음 역전에 성공했다. 창원 다음으로 유권자가 많고, 김 후보의 정치적 텃밭인 김해 지역의 개표가 뒤늦게 시작되면서 둘의 격차가 다시 좁혀지기 시작했다. 이후 재역전은 없었지만, 박 당선자가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유지하는 초박빙 승부가 계속됐다.

 

결국 투표 종료 후 무려 15시간이 지난 4일 오전 9시가 돼서야 박 당선자가 51.39%의 득표율을 기록, 48.61%를 얻은 김 후보를 2.78%포인트(5만500여 표) 차이로 따돌리며 피를 말리는 신승을 거뒀다.

 

경남 지도 위 승패는 뚜렷하게 갈렸다. 박 당선자는 경남 18개 시군 중 15개 시군에서 김 후보를 꺾으며 저력을 과시했다.

 

인구가 많은 김해시, 양산시, 거제시 등 3곳에서는 김 후보에게 밀리며 위기를 맞았으나, 경남 전체 유권자의 30%가 몰려 있는 최대 승부처 ‘창원’이 결정적인 방패가 됐다.

 

박 당선자는 창원에서만 3만표 가깝게 김 후보를 따돌리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승리를 두고 박 당선자가 중앙당의 지원 없이 오롯이 ‘홀로서기’로 일궈낸 값진 성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선거 기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경남을 단 한 차례도 찾지 않았으며, 송언석 원내대표 역시 투표 하루 전날 창원 상남동 피날레 유세에 잠시 얼굴을 비춘 것이 전부였다.

 

중앙당의 지원 대신 지난 4년간 인구와 경제, 주민 생활 지표를 탄탄하게 끌어올린 ‘박완수 도정’의 실적을 앞세워 진정성 있게 도민의 표심을 파고든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당선이 확정되자 박 당선자는 “변함없이 성원하고 지지해 주신 경남도민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지난 4년 민선 8기 도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신 결과인 만큼, 다음 4년도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확실하게 일하겠다. 민선 9기에 가장 먼저 챙길 것은 무엇보다 도민의 민생”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부울경 현직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중 홀로 살아남은 그는 뜨거운 감자인 부산·경남 행정통합 등 현안에 대해서는 “새로 선출된 부산‧울산시장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박 당선자는 당선 확정 직후 캠프에서 지지자들과 감사의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경남도청 출근길에 올랐다.

 

지난 4월27일 출마 선언 이후 선거운동으로 인해 발생한 도정 공백을 단 1분1초도 방치하지 않겠다는 현직 도지사로서의 강력한 의지다.

 

박 당선자는 민선 9기 도정 과제와 관련해 “민생을 꼼꼼히 챙기는 동시에 피지컬AI, 소형모듈원전(SMR) 등 새로운 경남의 산업 씨앗을 확실히 뿌리내리게 하겠다”며 “선거는 끝났지만 도정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도민의 기대와 명령을 무겁게 받들어 계획보다 실천과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자는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관료 경력과 창원시장·국회의원·공기업 사장을 거친 경험을 발판으로 도지사 자리에 올랐다.

 

통영시 도산면의 농촌 출신으로 가정 형편상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는 직장생활과 방송통신대 공부를 병행하며 경남대 행정학과에 편입했다.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80년 경남도청 근무를 시작으로 합천군수, 도청 농정국장과 경제통상국장, 김해시 부시장 등 단계를 밟아 올라가며 행정가로 내공을 쌓았다.

 

그는 2002년 처음 도전한 창원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지만, 2004년 창원시장 보궐선거 당선과 함께 민선 3·4기 창원시장, 초대 통합창원시장을 지내면서 전문행정가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사실상 3선 창원시장으로 10년간 재임하며 △전국 최초 공영자전거 '누비자' 도입 △기업과 도시가 상생 발전하는 '기업사랑운동' 전개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 유치 등 경남 최대 도시 창원시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며 경남지사를 향한 기반을 착실히 닦았다.

 

그러나 2012년 경남지사 보궐선거와 2014년 경남지사 선거 새누리당 경선에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게 연달아 패했다.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창원시 의창구 재선 국회의원을 하며 당 최고위원, 사무총장을 맡아 정치 감각까지 체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시절을 제외하면 경남에서 40년 넘게 행정과 정치를 두루 경험했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선 이후 전임 경남지사들이 대권에 출마하거나 범죄를 저질러 임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등 도정을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좌고우면하지 않고 도정을 챙겨 경제, 인구, 도민 생활 여건 등 모든 부분에서 경남이 지속 발전해왔다”며 “도민들이 한 번 더 일할 기회를 주면 도정 발전 성과를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