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협상 카드’라고 부르며 미·대만 균열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도중 꺼낸 말이다 보니 대만인들의 안보 불안감이 커졌다. 그런데 6·4 톈안먼(天安門) 사건 37주년을 맞아 모처럼 미국과 대만이 한목소리를 냈다.
톈안먼 사건은 1989년 6월4일까지 지속된 중국의 민주화 운동으로, 당시 시민들은 중국 공산당을 향해 부정부패 척결과 독재 종식 등을 요구하며 톈안먼 광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당국이 군대를 동원해 유혈 진압을 마무리한 6월4일이 사건 기념일로 자리잡았다. 수백∼수천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아무도 모른다. 40년 가까이 지났으나 중국 정부는 여전히 이 사건을 입에 담는 행위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트럼프의 핵심 측근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톈안먼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루비오는 성명에서 “6월4일은 중국 공산당이 톈안먼 광장과 그 주변에 있던 평화 시위대 수천명을 공격하도록 군대에 명령한 지 37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우리는 (유혈 진압으로 희생된)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그들의 유산을 기린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해마다 6월4일이 다가오면 온라인 검열을 통해 ‘6·4’ 또는 ‘톈안먼’ 등이 포함된 콘텐츠 유통 및 검색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다. 이에 루비오는 중국 정부를 향해 “아무리 검열을 하더라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다”고 뼈있는 충고를 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라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한 이들의 정당성은 언젠가 입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는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시절부터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해왔다. 심지어 루비오는 중국 당국의 제재 대상 명단에 올라 중국 입국이 금지됐는데, 최근 국무장관 자격으로 트럼프를 수행해 베이징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은 그의 입국을 위해 편법까지 동원했다. 이날 루비오의 성명을 놓고 언론사들의 논평 요청이 쇄도한 가운데 주미 중국 대사관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톈안먼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는 “37년 전 오늘 이상과 포부를 품은 수천명의 젊은이가 베이징 거리와 톈안먼 광장, 중국 각지에서 군대와 탱크에 의해 무자비하게 사살되고 짓밟혔다”고 애도했다. 이어 중국을 겨냥해 “진정 위대한 국가는 군사력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다른 목소리를 포용하고, 인민이 꿈을 추구할 권리를 보호하며, 역사의 상처를 용기 있게 직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난달 중순 트럼프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과 미·중 정상회담을 했다. 2박3일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은 매우 강력한 대국이고 대만은 아주 작은 섬”이라고 말했다.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한 트럼프는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 판매에 대해서도 “승인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국과 협상할 때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치며 대만인들 사이에 안보 위기감이 고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