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의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10곳을 휩쓸며 교육 권력의 지형을 다시 ‘진보 우위’로 돌려세웠다. 2022년 선거에서 보수 8곳, 진보 9곳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던 구도가 4년 만에 깨진 것이다.
그러나 당초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단 3곳만 우세한 것으로 점쳐졌던 보수 진역이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6곳을 확보, ‘완패’를 면하고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승패의 향방은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인 충청과 경남 등 이른바 ‘전략적 요충지’에서 갈렸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 개표 결과 진보 진영 후보가 10곳(강원·서울·인천·울산·경기·전남광주·전북·부산·제주·충남), 보수 진영 후보가 6곳(대구·경북·충북·세종·대전·경남)에서 당선을 확정했다. 진보 진영은 경기, 강원, 제주 등 기존 보수 교육감이 자리 잡고 있던 격전지 3곳을 빼앗아 오며 확실하게 우위를 점했다.
◆출구조사 3곳 뒤집혀…대전·세종·경남 보수 승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변은 출구조사의 예측을 뒤엎은 보수 진영의 ‘뒷심’이었다. 이날 자정까지만 해도 보수 우세 지역은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과 충북·세종 총 4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될수록 대전과 경남에서 보수 후보들의 역전극이 잇따랐다.
특히 경남에서는 보수 진영 권순기 후보가 개표 막판까지 가는 혈투 끝에 진보 성향 송영기 후보를 꺾고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권 후보의 득표율은 38.53%로, 송 후보(38.12%)와의 격차는 단 0.41%포인트에 불과했다. 대전에서도 보수 오석진 후보가 진보 성향 성광진 후보를 상대로 역전극을 펼치며 최종 27.48%로 당선됐다. 세종 역시 중도보수 성향 강미애 후보(36.25%)가 세종 최초의 여성 교육감 타이틀을 거머쥐며 보수 진영의 승수를 보탰다.
반면 진보 진영은 기존 보수 진영이었던 경기·강원·제주 등 지역을 탈환했다. 격전지로 주목 받았던 경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5선 국회의원 출신인 안민석 후보가 52.81%를 득표해 현직 보수 교육감인 임태희 후보(47.18%)를 누르고 4년 만에 경기를 탈환했다. 강원에서는 강삼영 후보가 보수 현직 신경호 후보를 꺾었고, 제주에선 고의숙 후보가 현역 김광수 교육감을 제치며 제주 첫 여성 선출직 교육감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전한 ‘현직 프리미엄’… 최초 4선·여성 3선 등 기록 쏟아져
정치적 바람 속에서도 교육감 선거 특유의 ‘현직 프리미엄’ 기류는 고스란히 증명됐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현직 교육감 11명 중 총 7명이 생환했다. 유권자의 관심도가 비교적 낮은 선거 특성상 인지도와 조직력을 갖춘 현역들이 고정 표심을 유지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8년 선거에서도 현직 교육감 12명이 모두 당선되고, 2022년에도 현직 교육감 13명 중 9명이 당선된 바 있다.
서울에서는 현직인 진보 성향 정근식 후보가 보수 단일화에 실패한 조전혁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부산의 김석준 후보는 50.63%의 득표율로 전국 최초 ‘4선 민선 교육감’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인천 도성훈 후보도 3선 수성에 성공했으며, 행정통합으로 현직 간 매치가 성사된 전남·광주에서는 김대중 전남교육감(42.52%)이 승리를 거뒀다.
보수 진영의 현직들도 굳건했다. 대구에서는 강은희 후보가 52.40%로 지역 최초 여성 3선 교육감 고지에 올랐고, 경북 임종식 후보와 충북 윤건영 후보도 각각 연임에 성공했다.
◆10 대 6 향후 교육 정책 ‘격돌’ 예고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두 자릿수(10곳)를 회복함에 따라, 향후 학교 현장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진보 교육감들은 민주시민교육 확대, 학생인권조례 존치 및 강화, 혁신학교 내실화 등 진보적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한 정책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교두보를 지켜낸 보수 교육감들은 ‘기초학력 책임제’, 영재고·국제고 설립 등 ‘학력 회복’등을 내세우며 견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기존 교육감의 임기가 끝나는 7월1일부터 공식 직무에 착수한다. 당선된 현직 교육감들은 이날부터 직무에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