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대니얼 키팅/정지인 옮김/웅진지식하우스/2만1000원
미시간대학교 심리학·정신의학·소아학 교수이자 발달심리학자인 저자가 후성유전학과 발달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불안이 어떻게 신체와 뇌에 각인되고 대물림되는지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현대인의 만성 불안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인간의 몸과 뇌에 남긴 생물학적 결과라고 주장한다. 경쟁과 불평등, 생존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은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체계를 변화시키고, 그 영향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조절 유전자의 기능이 억제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특히 아이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와 생후 첫 1년이 되는 시기에 부모가 극심한 스트레스 환경에 놓이면 그 영향은 태아와 영아의 유전자 발현에 반영된다. 이 경우 아이는 스트레스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생물학적 불안 스위치’가 켜진 상태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극심한 사회적 격차 속에서 비교와 경쟁, 추락에 대한 불안을 경험하게 만드는 사회구조 자체를 이러한 불안의 진짜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는 임신과 출산 시기의 과도한 노동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제도, 육아휴직 보장, 소득 불평등 완화 등 사회적 안전망이 뒷받침돼야 스트레스와 불안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