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이하 초기업노조)가 과반노조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성과급 격차 불만에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이 대거 이탈했고, 반도체를 맡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에서도 적은 성과급을 받는 비메모리 사업부 쪽 이탈자가 속출한 탓이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전체 조합원 수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5만8270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 12만8881명이다.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그 절반인 6만4440명을 6000명가량 밑돌며 과반노조 지위를 잃게 됐다. 임금교섭 과정에서 한때 조합원이 7만6000여명을 넘기며 세를 과시했던 초기업노조는 지난달 20일 협상 타결을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과에 실망한 조합원들의 이탈이 빨라지며 같은 달 28일 7만명 선이 무너졌고, 약 일주일 만에 1만명 넘는 추가 탈퇴가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마감된 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초기업노조에서는 80.6%(4만4606명)가 찬성했는데, 여기에 반대했던 19.4%(1만727명)의 나머지 직원들이 탈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중순 고용노동부로부터 과반노조 및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획득한 초기업노조는 직원들의 잇따른 이탈로 인해, 약 한 달 반 만에 과반노조 지위를 내려놓으며 근로자 대표로서의 독점 지위를 잃어버렸다.
이에 따라 향후 초기업노조는 내년도 임금·단체협상에 앞서 2·3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과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이하 동행노조) 등과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아울러 초기업노조는 과반노조로서 노조위원장이 근로자위원을 직접 지명(위촉)해 노사협의회를 주도할 수 있었지만, 향후에는 이 권한이 사라지는 등 노동자 대표로서의 법적 정당성이 약해졌다.
초기업노조에서 빠져나온 조합원들은 2·3대 노조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달 20일 1만6000명에서 이날 2만968명으로 늘었다. 동행노조는 협상 타결 직후에는 2600명대에 그쳤으나 이날 2만1015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초기업노조 세력 축소의 원인은 성과급 차등에 대한 DX 부문 직원과 DS 부문 내 비메모리 직원들의 반발이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00조로 가정할 경우 DS 부문의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자사주로 지급되는 5억5000만원가량(세전·연봉 1억원 기준)의 특별경영성과급과 연봉의 50% 상한인 초과이익성과급(OPI) 5000만원 등 총 6억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DX 부문 직원에게는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DS 부문 안에서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적자가 예상되는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이 탈퇴를 이어가고 있다. 비메모리 사업부에는 DS 부문의 공통 재원(40%)만 분배되면서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이 1인당 최대 1억6000만원이다.
DS 부문 내부에서는 당초 노조가 재원의 70%를 DS 부문 전체에 나누고 30%를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하자는 안을 냈으나, 결국 40%대 60%의 비율로 합의되며 적자 사업부의 몫이 줄게 된 점에도 실망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초기업노조는 DS 부문과 DX 부문 집행부를 분리하는 ‘투트랙 교섭’을 추진하고, 17일 위원장 재신임 투표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