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40원을 뚫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면서 1500원대 환율이 일시적 급등이 아닌 '뉴노멀'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1530원에 개장한 뒤 장중 1530.8원까지 오르며 지난 3월 말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530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9년 3월 10일 이후 17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후 환율은 상승폭을 줄여 전 거래일 대비 13.3원 오른 1529.7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 재차 가파르게 올라 장중 1540.3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환율이 1540원을 넘어선 것도 2009년 3월 10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전날까지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갔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1998년 이후 가장 긴 기록을 이어가는 것이다.
환율이 상승한 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오른 영향이다. 3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41% 오른 배럴당 96.02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 선물도 1.89% 상승한 배럴당 97.81달러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 흐름 속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5선을 넘어섰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 행렬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달 7일 이후 19거래일 연속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누적 순매도 규모는 66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된 점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
대내외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정부의 구두 개입 등 시장 안정화 조치만으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구두 개입에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 쏠림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중동 사태 장기화 등으로 당분간 고환율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영전략연구실 센터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중동지역 종전 협상 교착 상태와 안전자산 선호, 엔화 약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1500원 내외에서 높은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부담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라며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외국인 순매도세가 진정되면 환율이 1400원대로 하락하겠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경우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도 환율의 하방 경직성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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