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KBO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타격기계’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걸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바람의 손자’ 이정후(28)가 12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이정후는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2026 MLB 밀워키 브루어스와 원정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정후의 올 시즌 네 번째 4안타 경기였다. 허리 부상으로 열흘 가량 자리를 비웠던 이정후는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30일 콜로라도 원정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타격감을 예열했다. 31일 콜로라도 원정에서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로는 최초로 한 경기 5안타를 폭발시켰다. 타자 친화적인 쿠어스필드에서 복귀해 시즌 타율을 0.268에서 0.304까지 끌어올린 이정후는 이후엔 구장을 가리지 않고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 4일 밀워키 원정에서 멀티 안타를 터뜨리며 타율을 0.310까지 끌어올린 이정후는 이날 4안타로 시즌 타율을 0.322까지 끌어올렸다. 샌프란시스코와 밀워키의 경기 종료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이는 MLB 통틀어 타격 4위에 해당하는 고타율이다. 연속 경기 안타행진도 지난달 15일부터 12경기로 늘리며 MLB 진출 후 개인 최장 기록을 새로 써나가고 있는 중이다. 시즌 초반 한때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 장기계약자인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가 정리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나왔지만, 최근의 뜨거운 방망이를 통해 이를 단번에 불식시킨 이정후다.
부상 복귀 후 7경기에서 19안타를 몰아친 이정후는 구단 역사까지 소환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공식 SNS에 따르면 이정후는 1932년의 빌 테리 이후 94년만에 7경기 19안타를 때려낸 선수로 집계됐다. 테리는 샌프라시스코 전신인 뉴욕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구단의 레전드 내야수로 1930년에는 시즌 타율을 0.401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의 등번호 3번은 영구결번이며, 1954년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날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안타를 터뜨리며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갔다. 샌프란시스코가 1-0으로 앞선 1회 2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상대 선발 콜먼 크로우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좌전 안타를 터뜨렸다. 이후 맷 채프먼의 적시타에 홈을 파고들었다.
3-1로 앞선 3회 무사 2루에선 크로우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 적시 2루타를 때려냈고, 이번에도 채프먼의 안타 때 두 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4회 세 번째 타석에서 땅볼로 물러난 이정후는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선두타자로 등장해 안타를 때려낸 뒤 에릭 하스의 만루포 때 또 한 번 홈을 밟았다. 타자 일순하면서 7회에 다시 한 번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안타를 때려내며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