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P 초대 사령탑에 오른 김세진 감독 “할 일이 태산이지만, 오랜만에 현장 복귀라니 고향 땅 밟은 것 같아서 설렌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축하받을 일인가.(웃음) 그래도 고향 땅 밟은 것 같아서 설레고 그러네요”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한 SOOP(숲)의 초대 사령탑에 오른 김세진 감독이 설렘과 긴장의 감정을 동시에 드러냈다.

 

SOOP은 지난 4일 배구단 명칭을 SOOP 수퍼스(SOOPers)로 확정하고, 김세진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현역 시절 국내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며 ‘월드스타’로 불렸던 김 감독은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도 현역 시절 못지 않은 명성을 떨쳤다. 경기 상황 전달은 물론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부분까지 짚어내는 명해설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랜 기간 해설로 배구계에 이바지하던 김 감독은 2013년, 남자부 제7구단으로 창단한 OK저축은행의 초대 사령탑에 올랐다. 현역 은퇴 후 코치 등 지도자 코스를 전혀 밟지 않았지만, 신인 위주의 팀을 잘 이끌며 창단 2년차인 2014~2015시즌엔 V리그 챔프전에서 스승인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를 3전 전승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삼성화재는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챔프전 7연패를 이어오던 ‘왕조’였지만, 김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에 의해 왕조의 문이 닫혔고 그 이후론 다시는 챔프전 문턱을 밟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듬해에는 삼성화재 시절 호흡을 맞췄던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도 챔프전에서 꺾으며 수성에 성공했다. 지도자로도 성공 가도를 달린 김 감독은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다시 해설로 돌아왔다. 2023년 6월엔 한국배구연맹(KOVO)의 경기운영본부장을 맡으며 행정가로 변신했다. 

 

이번달 말을 끝으로 경기운영본부장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김 감독은 다시 한 번 창단팀의 사령탑이라는 어려운 자리를 맡게 됐다. SOOP은 “신생 구단 운영 경험과 팀 구축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김세진 감독을 선임했다. 선수단 구성과 코치진 선임, 구단 운영 체계 구축 등 창단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SOOP은 “수퍼스는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하는 SOOP의 플랫폼처럼, 각기 다른 개성과 강점을 지닌 선수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룬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초대 사령탑에 올랐지만, SOOP의 차기 시즌 전망은 어둡다. 기존 선수단에서 주축이었던 박정아(도로공사)와 이한비(현대건설)를 페퍼저축은행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보내버리는 바람에 전력은 더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배구단 운영을 포기하기로 한 이후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등 모든 업무에서 손을 뗀 채 구단을 방치해 김 감독이 모든 걸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할 일이 태산이다. 오늘 우선 선수단과 서울 모처의 식당에서 상견례를 하며 얼굴을 보기로 했다”라면서 “다음주부터는 훈련 장소와 일정 등이 정해질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를 연고지로 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 코치진 등 코칭스태프도 머릿 속에 구상해놓긴 했지만, 직접 발로 뛰어야할 것 같다. 여기저기에 도와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도 트라이아웃에서 지명받지 못한 선수 중에 빠르게 컨택해서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OK저축은행 시절에도 창단 2년 차만에 우승했으니 ‘김세진의 감독 생활은 2년차부터가 진짜 아니냐’라고 묻자 “어쩌다 보니 항상 ‘맨땅에 헤딩’하는, 창단팀에 적합한 감독으로 인식이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 힘들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현장에 돌아오니 고향 땅을 밟은 것 같아서 설레기도 한다.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