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쿠바 현직 대통령·카스트로 일가 동시 제재…정권 압박 최고조

미국 정부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전 국가평의회 의장) 가족 등에 대한 대규모 제재에 나섰다. 쿠바의 ‘혁명 영웅’이자 권력 실세로 꼽히는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기소한 이어 정권 붕괴를 위한 압력을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디아스카넬 대통령과 배우자인 리스 쿠에스타 페라사, 아들 마누엘 아니도 쿠에스타 등 대통령 일가 3인에 대해 제재를 발표했다. 카스트로 전 대통령의 아들인 알레한드로 카스트로 에스핀과 친손자 라울 알레한드로 카스트로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 5명 외에도 쿠바 혁명무력부(국방부)와 주민들을 감시 통제하는 기관인 혁명보위위원회, 국영 여행사, 광업회사 등 주요 기관과 산업체도 함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가운데)과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왼쪽). AFP연합뉴스

이번 제재에 따라 디아스카넬 대통령 등은 미국 관할권 내에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과 부동산, 은행 계좌가 동결되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전면 금지된다. 미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1일 쿠바 경제의 근간 역할을 하는 군산복합체 ‘가에사’(GAESA)에 대한 행정명령 발령 이후 가장 수위 높은 제재다. 가에사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걸 골자로 하는 이 행정명령에 따라 그간 가에사와 거래했던 쿠바 내 글로벌 기업들이 압박받으면서 탈출 러시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미 미 법무부가 지난달 20일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기소한 바 있다. 이어 현 정권 수반과 실세의 가족들까지 제재를 부과하며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가에사 제재와 카스트로 기소에 이은 정권 핵심 수뇌부 제재 등이 줄줄이 나오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정권 붕괴를 위한 작업을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쿠바를 점령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정권 붕괴에 기반해 미국이 쿠바를 접수할수 있다는 생각을 수차례 밝혀왔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시나리오에 대해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쿠바에 대한 제재가 정권 붕괴를 노린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단지 그 나라가 국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잘 운영되는 국가가 되기를 원할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 나라는 굶주리고 있고, 에너지도 없고, 석유도 없고, 돈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쿠바 지배층은 이날 제재 부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이번 제재가 “공격적이고 사악하다”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서고 제국주의적 맹공에 저항하는 우리의 결심과 충돌할 것이고, 미국과 쿠바 간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