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을 기념하는 정부 공식 행사장 앞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고발한다”는 구호가 울러퍼졌다. 지구환경 보전을 다짐하는 뜻깊은 날, 환경단체들은 왜 주무부처 장관의 퇴진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을까.
기후부는 5일 서울 잠원한강공원 다목적운동장에서 환경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매년 6월5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로,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다짐하는 날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대한민국 기후시민 10가지 약속’이 발표되고, 환경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에 이바지한 37명에게 정부포상도 전수됐다.
행사장 밖 분위기는 달랐다. 한국환경회의와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등 8개 환경단체는 행사장 인근에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 공개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 “AI·원전·개발 정책에 환경 밀려났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기후부의 정체성이다. 이들은 “기후부는 개발을 지원하거나 산업을 진흥하는 부처가 아니”라며 “그런데 김 장관은 ‘더 이상 기후부는 규제 부처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환경정책 수장으로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환경규제 포기’, ‘생물다양성 위기 심화’ 등을 예로 들며 김 장관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김 장관이 환경 규제를 포기하고 산업 논리를 환경보다 우선시했다”며 “국제사회는 이미 인공지능(AI) 산업이 초래할 막대한 전력소비와 물 사용,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중요한 환경정책 의제로 다루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을 추진하며 온갖 특혜로 산업 육성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후부가 환경적 위험과 사회적 비용을 검토하지 않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확대를 사실상 뒷받침하는 것을 넘어 원전진흥부처로 복무하고 있다”며 “기후부가 견제와 규제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개발과 산업정책의 조정기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들은 기후부가 개발을 정당화해 생물다양성 위기를 초래했다고 봤다.
이들은 “친환경 에너지, 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사업이 정작 보호해야 할 생태계를 훼손하는 모순은 전국 곳곳에 빈번하다”며 “탄소중립을 말하며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녹색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을 향해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다음 주 김 장관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 기후부 장관 “환경 분야도 소홀하지 않게 챙길 것”
다만 기후부로서도 딜레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환경부는 산업통상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일부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조직이 개편됐다. 과거에는 환경부가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산업부가 실질적 감축 수단을 쥐는 구조였는데, 이러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기후부 입장에서는 환경부처로서 환경 파괴에 대한 규제와 견제의 역할을 유지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확충, 탄소감축 기술 개발 같은 산업 과제도 직접 끌고 가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김 장관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해명했다.
그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부가 사실상 ‘에너지부’이고 환경 정책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후부가 너무 에너지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는 있다. 다만 사회적 관심이 에너지 쪽으로 많이 쏠려 그런 측면도 있다”며 “내부적으로 보면 장관의 일정과 업무 내용에서도 환경 분야를 상당히 챙기고 있다”고 반응했다.
그는 “기후부가 출범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탄소 저감 총괄 기능을 환경부가 갖고 있음에도 실행 수단의 상당 부분인 에너지 영역은 산업부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후 정책 총괄 기능과 집행 수단을 통일해 실질적으로 (탄소 감축을) 추진해보자는 것이 부처 통합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조계절관리제, 물의 전반적인 순환 대책 등 환경 분야도 소홀하지 않게 챙기고 있다”며 “부족한 것이 있으면 메워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