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관내 투표소는 혼란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진 가운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5일 공개한 송파구 투표소 관계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는 당시의 긴박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나타나있다.
이날 오후 2시33분쯤 잠실4동 투표소 관계자가 “35매 남았고, 대기도 많다”며 단체 대화방에 글을 올렸다. 비슷한 시각, 잠실7동의 한 투표소에서도 잔여용지가 500매 미만이라는 관계자의 우려가 제기됐다. 오륜동의 한 투표소에서도 남은 투표용지가 400매 수준인 점을 알리면서 선관위의 대책을 요구했다.
늘어나는 인원에 용지가 줄어들면서 현장의 불안은 점차 고조됐다. 가락1동의 투표소 두 곳에서는 잔여용지가 500매 미만으로 떨어졌고, 가락2동의 한 투표소 관계자는 “추가 수령이 가능하느냐”며 문의 글을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
본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까지 1시간20분 가량을 남긴 시점에서는 행정적 우려를 넘어 거대한 분노와 혼란을 전하는 대화가 쏟아졌다. 시간당 투표 인원 소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마천1동의 한 투표소 관계자가 “미리 준비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한 데 이어, 문정1·2동 투표소 관계자들은 “곧 투표 중단 예정”, “주민들이 항의하고 난리가 났다” 등 상황 악화를 전했다.
선거 관리의 실패는 현장 공무원들과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에게 고스란히 유무형의 폭력으로 돌아왔다. 가락2동의 투표소 여러 곳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관계자의 말이 대화창에 떴다. 오후 4시52분, 잠실2동의 한 투표소 관계자는 “투표용지와 관련, 부정선거 의심 등 민원이 생겼다”며 투표 진행 불가 상태를 전했다.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수뇌부의 전격 사퇴로 수습에 나섰다. 유례없는 선거 관리 부실로 국민적 분노가 분출한 상황이므로 진상규명에 앞서 수장의 거취 결단을 통해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는 평가다. 다만, 정치권에서 국정조사와 특검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데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5일 대국민 사과에서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중앙선관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과 함께 선거 사무를 책임지는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중앙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선거 관리 논란으로 동반 사퇴한 것은 지난 2022년 대선 이후 4년 만이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가동할 방침이다. 선거인 수의 50%를 하한으로 투표용지를 인쇄하도록 한 기준에 대해서는 “산정 기준과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과는 별개로 선관위는 향후 강도 높은 진상조사에 직면할 전망이다. 용지 부족 사태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50여개소에 달하는 곳에서 벌어졌을 뿐만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선관위 책임론을 따지고 나서는 등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