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자동차 운전면허 없이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몰다가 사고를 낸 A(67)씨는 사고로 주차장에 있던 스텐 펜스와 조경수, 다른 차량을 훼손하고도 아무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 편의점으로 향한 A씨는 소주 1병을 구입해 마신 후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사고 당시 기준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도록 술을 더 마시는 일명 ‘술타기 수법’이다.
검찰은 A씨에게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혐의 외 ‘음주측정방해’ 혐의까지 적용해 그를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술타기 방지법’을 적용한 것이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최근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음주측정방해’ 110명 중 53명은 정식 재판
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1개월 간 총 139명에 대한 음주측정방해 사건을 접수했다. 이중 110명(79.1%)의 사건을 처분했는데, 절반가량(53명, 48%)이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31명(28%)은 약식기소됐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람이 음주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시거나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 등을 사용하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은 트로트가수 김호중씨 사건으로 마련돼 ‘김호중 방지법’으로도 불린다.
김씨는 2024년 5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들이받은 뒤 달아낸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그는 사고 직후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시키고 자신은 잠적했다가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 마시는 등 술타기 수법을 사용했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했지만, 김씨가 시간적 간격을 두고 수회에 걸쳐 술을 마셔 정확한 음주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검찰은 그를 음주운전이 아닌 위험운전 혐의로만 기소했다.
◆솜방방이 처벌·입증 난항 지적은 계속
음주측정방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대부분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으면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같은 기간 음주측정방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69명 중 집행유예를 선고한 피고인은 62.3%(43명)로 집계됐다. 벌금형을 선고 받은 피고인은 26.1%(18명)이었으며, 징역형을 선고 받은 피고인은 10.1%(7명)에 그쳤다.
수사 일선에선 사고 이후 추가 음주 여부와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피의자가 음주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매년 10만건대에 달하지만, 음주측정방해죄로 처벌되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일각에서는 사고 뒤에만 술을 마셨다는 점을 피의자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거나 일정 시간 동안의 음주를 아예 금지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