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만나서 대화하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5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연례 경제 포럼에서 “젤렌스키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젤렌스키는 전날(4일) 푸틴 앞으로 보낸 공개 서한에서 “두 정상이 전쟁 종식을 위한 대면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둘의 만남이 성사되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푸틴은 “모스크바 정부가 키이우 정권에 요구하는 양보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휴전 성사는 우크라이나에 전열을 가다듬을 기회만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휴전에 앞서 양국 실무자들끼리 만나 평화 협상을 하는 것이 먼저”라며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푸틴은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주체는 러시아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군사 행동은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러시아)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말하는 ‘러시아의 목표’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모두 러시아 땅으로 인정 받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울러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고 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너무나 가혹한 요구에 해당한다.
전쟁이 어느덧 4년을 훌쩍 넘긴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에 잃었던 국토 일부를 되찾는 등 최전선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우크라이나가 드론(무인기) 등으로 러시아 영토를 집적 타격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젤렌스키는 서한에서 이 점을 거론했다. 푸틴은 “매우 무례하다”고 젤렌스키를 맹비난했다. 젤렌스키는 푸틴이 대면 회담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그(푸틴)는 그저 전쟁을 끝내고 싶지 않을 뿐”이라며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 답변에 실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