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은 한국에선 현충일이다. 미국인들은 그날을 ‘디데이’(D-Day)로 기억한다. 제2차 세계대전 도중인 1944년 6월6일 미군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세계 전사상 가장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바닷가에 5곳의 상륙 지점을 설정한 뒤 실시됐다. 유타(Utah)·오마하(Omaha)·골드(Gold)·주노(Juno)·소드(Sword)는 진짜가 아닌 가상의 지명, 곧 암호였다. 유타와 오마하는 미군, 골드와 소드는 영국군, 주노는 캐나다군이 각각 맡았다. 그중 오마하 해변의 전투가 가장 치열했다. 고지에 자리한 독일군은 배에서 내리는 미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했다. 할리우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첫 장면의 배경이 바로 오마하 전투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 후 2개월여 지난 1944년 8월25일 프랑스 수도 파리가 나치 독일의 점령에서 해방됐다. 4년 넘게 굴욕적인 피점령지 주민으로 살았던 파리 시민들은 시내로 진입하는 미군을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애초 유럽 연합군 최고 사령관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육군 대장은 파리를 건너뛰고 독일 영토로 곧장 쳐들어가는 방안을 선호했다. 하지만 프랑스 레지스탕스 지도자 샤를 드골 장군이 아이젠하워를 설득했다. 그랬다가는 파리가 공산주의자들 수중에 떨어질 수 있다는 드골의 경고를 아이젠하워도 결국 받아들였다.
프랑스는 매년 6월6일 노르망디 해변 일대에서 디데이 기념식을 개최한다. 흔히 ‘정주년’(整週年)으로 불리는 5년 주기 행사는 평상시보다 훨씬 거창하게 진행한다. 한적한 노르망디 바닷가에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모여든다. 80주년이던 2024년에는 조 바이든, 75주년이던 2019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각 행사장을 지켰다. 70주년인 2014년에는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소련(현 러시아)도 2차대전 당시 연합국 일원이었으니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후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동서 냉전 시절만큼 악화하면서 앞으로 디데이 기념식에서 푸틴을 볼 일은 없을 듯하다.
해마다 이맘때 노르망디를 방문하는 이들 중엔 생존해 있는 미국 2차대전 참전용사도 많다. 프랑스를 나치 독일의 압제에서 해방시키는 데 미국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도 디데이 기념식에 함께하려고 프랑스를 찾는 미국 노병(老兵)들만은 뜨겁게 환영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프랑스를 겨냥해 “미국이 없었다면 프랑스인들은 오늘날 독일어를 쓰고 있을 것”이란 조롱을 일삼곤 한다. 프랑스 국민으로선 몹시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트럼프가 프랑스인들을 노엽게 할지라도 미군의 희생에 대한 프랑스의 고마움은 식을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