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t도 불안한데 1만t 구축함…김정은의 진짜 노림수 [박수찬의 軍]

좌초했던 강건호, 성능은 미지수
핵미사일 해상 발사대 노리나
1만t 구축함, 북한은 만들 수 있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진수식 도중 좌초했던 신형 5000t급 구축함 강건호 항해시험을 참관했다. 해군력 증강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감안, 상대적으로 낙후된 해군력 현대화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북한의 신형 구축함 강건호가 항해를 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작전 수행 능력 평가시험공정에 착수한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해 함의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만족감 드러낸 김정은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작전수행능력평가 시험공정에 착수한 해군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해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6일 밝혔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딸 주애가 동행한 모습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종합지휘소를 비롯한 전투근무공간 실태와 시험항해계획, 함 무장체계들의 시험 일정 등을 파악하고 “함의 순항체제와 고속기동체제에 대하여 그 기동성이 작전상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게 대단히 훌륭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건호는 지난해 5월 열린 진수식 당시 물에 띄우려던 중 선체가 기울어지며 좌초했다. 사고를 현장에서 목격한 김 위원장은 관련 인원의 문책을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작전수행능력평가 시험공정에 착수한 해군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해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이날 참관에는 김 위원장의 딸 주애 양이 동행했다. 조선중앙TV·뉴시스

북한은 사고 22일 만에 배를 물에서 건져 진수식을 강행했다. 하지만 전자장비와 추진체계 등의 정상 작동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북한은 강건호가 재진수한 지 1년 만에 물살을 가르며 항해하는 사진을 공개, 구축함의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과시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상과 해상, 공중의 임의의 공간에서 군사주권을 책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강력한 군사력을 갖춰야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며 “이는 당의 변함없는 지론이고 국가방위정책”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군 무력을 핵전쟁억제력의 일익을 믿음직하게 담당할 수 있는 역량으로, 수중과 수상에서 임의의 시각에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집단으로 급속히 장성강화하는 문제는 우리 당이 새로운 5개년 국방발전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과업”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신형 구축함 강건호가 항해를 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작전 수행 능력 평가시험공정에 착수한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해 함의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뉴시스

김 위원장은 함선 및 무기체계연구 관련 기관 간부들과 과학자, 기술자 집단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함 최현호와 강건호를 해군에 취역시키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주애가 함교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함의 운용 체계를 살펴보는 장면, 비가 내리는 갑판에서 김 위원장 옆에서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모습도 담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지난 4일 작전수행능력평가 시험공정에 착수한 해군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하고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함교에서 바다를 보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1만t급 구축함 건조 언급

 

김 위원장은 9차 당대회에서 승인한 해군 현대화를 위한 5개년 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수중비밀병기들의 개발과 생산, 1만t급 신형 구축함 건조 등의 과제를 언급하며 향후 함선 무력 강화 계획이 반드시 관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5000t급 구축함 최현호를 참관할 때 8000t급 구축함을 처음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1만t급 건조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같은 발언은 북한의 군함 건조 기술 수준과는 무관하게 배수량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특히 한국 해군의 최신형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급(8200t)을 넘어서는 목표 제시는 ‘1만t급 신형 구축함’이 대남 위협용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지난 4일 작전수행능력평가 시험공정에 착수한 해군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하고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부두에서 강건호를 보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대형 구축함 건조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일반적인 해군력 강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북한은 유사시 적의 선제 핵공격을 받은 뒤에도 생존해서 반격할 수 있는 2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 구축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를 위해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중심의 핵전략을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해상에서 핵무기를 쏘는 것은 2격 능력에서 가장 유력한 수준이다. 미국·러시아처럼 전략핵추진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쏘는 방법이 보편적이지만, 완성하기에는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지난 4일 작전수행능력평가 시험공정에 착수한 해군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하고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함교에서 지시를 내리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따라서 상대적으로 건조가 수월한 구축함을 핵 순항·탄도미사일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방공구축함이 아닌 지상공격용 무기를 다수 탑재하고, 방어용 무기는 최소화한 미국의 ‘아스널 쉽’ 같은 미사일 해상 발사대가 되는 것이다.

 

해상 항해를 통해 발사 전 탐지를 어렵게 하고 한·미 연합군의 타격 작전을 분산시켜 지상 기반 핵 억제력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이같은 관측은 최현호의 무장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최현호의 무장 구성은 4면의 위상배열레이더, 함포, 순항·탄도미사일, 근접방어체계(CIWS)다.

 

구축함이라면 함대공미사일과 대잠수함작전 장비가 눈에 띄어야 하지만, 현재까진 드러난 것이 별로 없다. 지상 공격에 초점을 맞춘 함정일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정치적으론 군사강국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구축함 강건호 함교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작전 수행 능력 평가시험공정에 착수한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해 함의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대형 함정을 잇따라 건조하는 모습은 북한 주민들에게 ‘국력의 강화’를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체제 결속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상에서든 해상에서든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구축함 배수량이 1만t으로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대형화된 구축함은 기존보다 더 많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그만큼 지상 공격력도 강화되며, 핵 억제력 증대도 가능하다. 현대화된 해군의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정치적 효과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구축함 강건호 갑판에서 바다를 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작전 수행 능력 평가시험공정에 착수한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해 함의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1만t 구축함 만들 수 있나

 

다만 북한이 1만t급 구축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최현급 구축함은 러시아 어드미럴 그리고로비치급 호위함과 중국 052D 구축함을 혼합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 근접방어체계는 러시아산 판치르-ME와 유사하다. 대형함정 건조와 관련, 기술적 독자성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강건호 진수식 사고는 북한의 조선 기술 수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군함을 만들 때, 진수 단계는 다른 공정보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이다. 그런 단계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진수 공정 전반에 걸친 숙련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구축함을 만들 수는 있지만, 안정적으로 전투 가능한 단계에서 운용하는 것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현호와 강건호의 항해 시험을 공개함으로써 함정용 대형 추진체계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전 능력 확보까지 이르렀는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최현호와 강건호의 취역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최현호의 실전 능력이 아직 완전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000t급 구축함 건조도 독자적·안정적인 기술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1만t급 구축함 건조는 또다른 도전이다.

북한의 신형 구축함 강건호가 항해를 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작전 수행 능력 평가시험공정에 착수한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해 함의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1만t급 구축함은 대형 가스터빈 엔진이 필요하다. 정밀 제작·내열 기술이 필요한 대형 가스터빈 엔진을 북한이 자체 제작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러시아에서 기술을 이전받거나 완제품 엔진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센서와 무기체계를 실시간 연결하는 전투관리체계(CMS)도 문제다. 위상배열레이더, 전자전 장비, 미사일 통제 소프트웨어 등을 자체적인 CMS로 통합하는 것은 전자공학 분야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북한의 CMS 및 레이더·전자전 기술 수준은 검증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건조 전반에 걸친 공정이다.

 

강건호 진수식 사고는 5000t급 구축함 건조 공정 관리와 기술 수준이 미흡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강건호보다 두 배나 큰 구축함은 장비 통합·전기선 설치·방수 설계 등을 포함한 공정들이 훨씬 복잡해지고, 공정의 규모도 크게 증가한다. 1만t급 구축함 건조 과정에서 북한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건조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중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서 구축함 건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