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선거 결과를 둘러싼 책임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충남 정치권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가 드러나고 있다.
충남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양승조 전 충남지사와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이 하루 차이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거 평가 글을 올리며 상반된 메시지를 내놨다.
양 전 지사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수현 충남도지사 후보를 비롯한 12명의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가 당선됐다"면서도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탈환하지 못했고 충남 역시 15개 시·군 가운데 5곳만 민주당 단체장을 배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용남, 하정우 후보도 낙선했다"며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물론 당을 총괄한 당대표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가요?"라고 적었다.
민주당 지도부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셈이다.
반면 박 당선인은 다음날인 5일 장문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도부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박 당선인은 "충남도지사 선거는 승리했지만 기초단체장 선거는 패배했다."며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10곳을 국민의힘에 내줬고 제 지역구였던 공주·부여·청양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포함해 모두 잃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두 제 탓이고 제 탓이고 제 탓"이라며 패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특히 그는 선거 과정에 대한 뼈아픈 자기 평가도 내놨다.
박 당선인은 "민심을 읽는 기준을 잘못 세웠다"며 "오직 유일한 기준은 이재명 대통령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도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어젠다를 제시하지도 못했고 국정지지도가 높은 대통령 이름만 팔면서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린 것이 유일한 선거전략이었음을 고백한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 책임론에 선을 그은 박 당선인의 이런 고백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선거 전략 실패를 인정하는 자성의 표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지방선거가 대통령 지지율에 지나치게 의존한 채 치러졌다는 사실상 여당 선거 전략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당선인은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 전망이 밝지 않다."며 "민주당이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지방선거 결과를 차기 당권투쟁과 연계해 아전인수식 이전투구를 벌이면 민심은 급격히 차가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당대표와 지도부에게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 최선입니까?"라며 "그런 책임은 수도 없이 보아왔다. 제대로 책임지는 새로운 민주당이 필요하다.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즉시 '6·3 지방선거 평가와 백서발간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선거 평가를 넘어 오는 8~9월로 예상되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권력 구도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 전 지사의 글이 지도부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면, 박 당선자의 글은 책임론보다는 자기반성과 혁신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당선자가 선거 직후 도정 인수위원회 격인 가칭 '새로운 시선 위원회' 또는 '담대한 설계 위원회' 구성을 예고하며 충남도정 인수 작업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중앙정치 현안에 대한 공개 입장을 낸 점도 주목된다. 박 당선자는 충남도지사 출마전까지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지냈고, 이번 선거 역시 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관련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양승조 전 지사가 전통적인 정치적 책임론을 제기했다면 박수현 당선자는 책임론 자체보다 선거 방식과 당 운영에 대한 성찰을 강조한 것"이라며 "오는 8월이나 9월에 있을 전당대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책임론과 혁신론이 크게 충돌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