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이 프랑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유럽 국가들을 향해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고 일갈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국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며,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려는 생각은 버리라는 질타가 담겨 있다.
6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이날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개최된 ‘디데이’(D-Day), 즉 노르망디 상륙작전 8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도중인 1944년 6월6일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연합국 군대가 나치 독일 치하의 프랑스를 침공한 것을 뜻한다.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군에 점령을 당한 유럽 국가들이 나치의 압제에서 해방되는 전기로 작용했다.
헤그세스는 기념 연설에서 “이곳(노르망디 해변)에서 싸우고 전사한 사람들이 유럽에 자유를 되찾아 줬다”며 “이제 현 세대의 지도자와 전사들이 그 자유를 지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데이 이후 몇 년 동안 유럽 일부 정부들은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망각했다”며 “그토록 열심히 싸워 되찾은 자유에 안주해 너무 평온해졌다”고 덧붙였다.
2차대전 후 유럽 국가들이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안보를 의존하며 국방 분야에서 사실상 ‘무임 승차’를 해왔다는 질책으로 풀이된다.
헤그세스는 디데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유럽의 이민 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헤그세스는 “오늘날 유럽의 여러 해변은 서로 다른 위험한 이념들의 침략을 당하고 있다”며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불가리아 해변에 배와 사람들이 도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정부들을 향해 “언제쯤 그 침략에 대응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탈출한 이민들이 유럽 각국 바닷가에 도착하는 것을 ‘침략’(invasion)이라고 부르며 노르망디 작전 당시 연합국의 프랑스 해변 상륙에 비유한 대목은 논란을 예고했다.
노르망디 방문을 계기로 카트린 보트랭 프랑스 국방부 장관과 만난 헤그세스는 나토 동맹국들의 국방비 증액을 거듭 주문했다. 그는 “유럽 동맹국들이 방위 산업 기반 생산을 확대하고, 실제 전투 수행이 가능한 신뢰성 있는 전력을 갖춤으로써 유럽 대륙의 재래식 방위에 대한 주된 책임을 (미국 대신)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헤그세스가 이번 프랑스 출장에 아내 제니퍼 헤그세스 그리고 여섯 자녀와 동행한 점은 구설에 올랐다. 숀 파넬 전쟁부 대변인은 미 언론에 “장관은 모든 윤리 규정과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혀 가족의 여행 경비는 헤그세스 본인이 지불했음을 내비쳤다. 다만 전쟁장관 및 그 가족의 경호를 담당하는 육군 범죄수사국(CID)의 부담과 각종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에 대해 전쟁부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