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야간거래(오전 2시 마감)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0원을 넘어서며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이어지는 ‘3고(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넘어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한 상황이어서 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외환 불법거래 조사 카드를 빼들었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6일 야간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최고 1561.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6일(장중 고가 1597.0원) 이후 1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1539.1원)보다 19.9원 높은 1559.0원으로 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5일부터 환율이 1500원대를 유지하면서 2분기 평균 환율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들어 이달 5일까지 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90.98원으로,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최근 원화가 주요국 통화보다 유독 약세인 주 요인으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가 꼽힌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115조63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증시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평균 35%였는데 현재 약 40%로, 5%포인트가량 초과된 상태”라며 “현재 시총에 대입하면 300조원 이상이기에 원화 약세 요인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푸는 데 유보적인 점, 내국인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한·미 기준금리차 등도 환율을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수출입 기업들이 수입대금 지급을 앞당기거나 수출대금 수령을 과도하게 지연시키는 불법거래를 하는지에 대해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을 통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약세 흐름에 편승한 투기적 움직임 또는 시장교란 의심 행위가 있는지를 한국은행·금융감독원의 검사 등을 통해 점검해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세가 진정되거나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결 등으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환율 안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환율은 1∼3개월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3.1%로 올라선 데다 당분간 3%대 상승률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은은 고물가에 대응해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시장금리가 한은의 통화긴축 기조 선회를 선반영하면서 은행권 대출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39∼7.33%로 집계됐다. 지난달 8일(연 4.40∼7.00%)보다 금리 상단이 0.33%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말(연 3.93∼6.23%)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상단이 1.10%포인트 뛰었다. 5대 은행 고정금리가 7.3%를 넘은 것은 2022년 10월 말(7.33%) 이후 3년8개월여 만이다.
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취약층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실질 이자 비용은 2만4300원으로 지난해보다 23.9% 증가했다. 2019년 분기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1분기 기준 올해가 가장 컸다. 증가율도 전체 분위 중 1분위가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