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이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련병원 지위를 50년 만에 반납한다.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 인력 활용의 유인이 이전보다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향후 도미도처럼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은 최근 보건복지부에 수련병원 지정 취소 요청을 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태백병원 관계자는 “수련병원 지정 취소를 위해 복지부에 관련 절차를 문의했고, 서류를 제출한 상태”라며 “7월1일부터 인턴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1976년부터 전공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돼 50년간 명맥을 이어왔다.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인턴을 파견받아 교육해 왔고, 한 해에 많을 때는 2∼3명, 통상 1명씩 인턴을 받았다. 현재 전국 수련병원 221곳 중 이 병원처럼 인턴만 받는 곳은 41곳이다.
의·정 갈등 이전에 가능했던 ‘전공의 1인 당직’도 모병원인 세브란스 측에서 금지 지침을 내려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태백병원 측 관계자는 “병동 당직을 인턴과 전문의가 함께 서도록 지침이 개정됐는데 그러면 인턴을 쓰는 의미가 없다”며 “여기에 전공의 연속 근무 가능 시간이 줄어 실질적인 인력 효율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태백병원은 올해 수련병원 지위를 포기한 두 번째 기관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앞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먼저 지위를 내려놓았다. 이 연구원은 산업재해 관련 역학조사를 수행하는 곳으로 전공의를 가르칠 전문의가 부족한 게 문제였다. 2022년부터 4번 채용공고를 냈으나 매번 채용에 실패했고, 올해 상반기 전문의 채용에서도 서류접수 인원이 전무했다.
복지부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 포함해 전국 44개 기관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 이행 기한은 7월까지로 해당 병원들은 진료 실적, 전속전문의 수, 지도전문의 수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태백병원 경우 44곳에 포함된 기관이 아니었다.
의료계에서는 열악한 지방 병원 경우 태백병원과 같은 선택을 하기 쉽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과거에는 전공의를 저임금으로 쓸 수 있는 자원으로 여겼으나 의·정 갈등을 지난 뒤 현재는 부담스럽게 느끼는 병원 현장이 많아서 ‘전공의를 안 받고 싶다’는 병원이 적지 않다”며 “복지부에서는 병원 하나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일종의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도 형편이 좋지 않은 병원일수록 수련병원으로서 역할에 고민이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근로조건에 관심이 커지는데, 그 조건을 맞춰주다 보면 인력 활용의 이점이 없어지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복지부에서도 중소, 비수도권 수련병원에 큰 병원과 연계해 파견형태로 전공의를 받는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