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차기 지도체제와 당 수습 방향을 놓고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와 소장파를 중심으로 장동혁 대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공세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퇴 요구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여기에 신임 원내대표 선거까지 맞물리면서 선거 패배 책임론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장 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6·3 지방선거 재선거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회담을 제안했다. 장 대표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언급하며 “국민은 재선거를 원하는데 어물쩍 국정조사로 넘어가려 하거나, 여당이 추천한 특검으로 대충 뭉개고 가려 하거나, 선관위 직원 몇 명 교체로 끝내려 한다면 들불처럼 타오른 국민의 분노를 절대 잠재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사전투표제 폐지도 거론했다. 그는 “부정선거론자들의 주장이라 일축할 것이 아니라 부정선거론의 싹을 자르면 되는 일”이라며 “국민 절반이 불신하는 사전투표도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를 없애고 본투표 기간을 3일로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선거 패배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기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대응에 집중하며 정치적 활로를 찾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향후 거취 문제를 제기하는 당내 의견에 대해 “거취에 관한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다시 한번 올림픽공원으로 나가 보실 것을 권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4일 “모든 상황이 어려웠던 선거였지만,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당 일각에선 장 대표가 전당원 재신임 투표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4선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장 대표 거취 문제는 당원과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6명 중 4명 이상 사퇴하면 장 대표 체제가 붕괴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게 되지만, 최고위원 연쇄 사퇴 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당내 권력 구도의 향배를 가를 1차 분수령은 10일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될 전망이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로는 김도읍·정점식·성일종(기호순) 후보가 나선 상태다. 정 후보가 당권파로 분류된다면, 김·성 후보는 비당권파로 꼽힌다. 송언석 전 원내대표는 이날 후보 3인을 만난 뒤 당초 9일로 예정됐던 선거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당권파가 주도권 유지를 위해 급박하게 선거 일정을 잡은 것 아니냐는 당내 일각의 비판 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가 신임 원내대표로 뽑히면 장 대표 체제가 동력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 후보는 장 대표 거취 문제에 대해 “당내 합리적인 집단지성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반면 김·성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서도 장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5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장 대표를 향해 “국민과 당 입장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했고, 성 후보도 같은 날 “민심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 당직을 가진 사람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버티기에 들어간 장 대표와 부산 북갑 보궐선거 승리로 국회에 입성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향후 당 쇄신과 보수 재건 등을 놓고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5일 본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은 한 의원은 “2024년 12월3일 밤에 바로 이곳에 있었다. 그날 제가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했던 결단과 행동으로 그 이후 정치적인 형극의 길을 걸었다”며 “지역을 발전시키고, 보수를 재건하고, 권력의 폭주를 막으라는 시민들의 강력한 바람을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