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유럽 ‘電力질주’… 한국은 ‘戰力미달’

재생에너지 시장 고성장 국면 속
中보다 태양광 최대 2년 뒤처져
풍력 핵심기술 유럽에 4년 열세
2030년 태양광 1 TW 설치 전망
수출경쟁·산업생태계 위축 우려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태양광·풍력 핵심 기술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과 최대 4년 격차를 보인다는 최신 조사 결과가 나왔다. 태양광은 중국에 최대 2년, 풍력은 유럽에 최대 4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8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실시한 ‘태양광·풍력 기술 수준 및 국산화율 조사’에 따르면, 국내 풍력 기술은 최고기술보유국인 유럽에 비해 최대 4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상대적 기술 수준은 유럽 대비 72.5~85.0%에 그쳤다. 이는 최고 산업 기술국보다 다소 뒤처진 수준인 ‘추격그룹’에 포함된다.

해상 풍력발전기. 연합뉴스

풍력은 핵심 기자재와 운영 기술 전반에서 격차가 두드러졌다.



풍력발전 설비의 운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출력·터빈·블레이드 등의 동작을 제어하는 ‘운전 및 제어’ 분야의 기술수준은 유럽 대비 72.5%로 가장 낮았다. 기술 격차는 4년까지 벌어졌다.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변환해 터빈을 구동하는 ‘블레이드’ 기술과 풍력터빈의 주요 구성요소를 통합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시스템 통합’ 기술도 유럽의 75.0% 수준에 그쳤다. 두 분야 모두 기술격차는 4년으로 조사됐다.

국내 태양광 기술은 최고기술보유국인 중국 대비 90.0~96.0% 수준으로 평가됐다. 기술 격차는 세부 기술별로 최대 2년까지 벌어졌다.

건물 외벽, 지붕 등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건물형 태양광’ 기술은 중국 대비 기술수준이 92.0% 수준으로, 중국을 따라잡는 데 2년이 걸릴 것으로 평가됐다. 농업 활동과 병행할 수 있도록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지상·영농형 태양광’ 기술은 93.0% 수준으로, 기술 격차는 1.5년이었다. 태양전지 제조 기술인 ‘결정질 실리콘’과 무기 재료를 박막 형태로 증착해 태양전지를 만드는 ‘무기박막’ 기술도 각각 중국 대비 90.0% 수준으로, 기술격차는 모두 1.5년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집단심층면접(FGI)와 델파이조사(익명 설문)를 실시해 국내 태양광·풍력 기술의 실제 활용수준, 생산·조달 구조, 가격형성 요인, 대체가능성, 시장·기술 전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시장이 고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기술 격차가 수출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양광 시장은 2024년 신규 설치용량이 597기가와트(GW)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보고서는 2030년 전 세계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1테라와트(TW)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태양광은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의 약 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최근 국내 태양광 산업의 수출 성적은 크게 약화됐다. 지난해 상반기 태양전지·모듈 수출액은 1700만달러(약 26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9.1% 감소했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가격 경쟁 심화 속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사 수행기관은 “태양광은 단기적으로 해외 공급망 의존 구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풍력 산업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시장 창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보고서는 “국내 해상풍력 산업은 발전단지 개발 및 일부 시공·운영 단계에서 국내 기업 참여가 이뤄지고 있지만 핵심기자재 및 전문 설치 역량은 해외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며 “단발성 사업이 아닌 연속적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확보가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