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당(黨)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국민의힘이 ‘자유한국당’이란 당명을 쓰던 2018년 3월의 일이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사사건건 그를 견제하는 친박(친박근혜) 정치인들을 ‘바퀴벌레’라고 비하했다. 이는 아무리 없애려 해도 생명력이 너무 끈질겨 박멸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로 바퀴벌레는 과거 공룡이 생존했던 시대에 처음 출현해 지금까지 지구에서 번성하는 벌레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수많은 동식물이 얼어죽으며 멸종한 빙하기에도 바퀴벌레는 용케 살아 남았다고 하니 가히 ‘곤충계의 능력자’로 불릴 만하다.

지난 6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바퀴벌레국민당(CJP)의 반정부 집회에서 바퀴벌레 모양의 가면을 쓴 남성이 바퀴벌레 가면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바퀴벌레는 혐오의 대상이다. 생김새도 징그럽지만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더러운 병균을 옮기기 때문에 기피를 당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바퀴벌레’를 검색하면 방제(防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최상단에 등장한다. 바퀴벌레 같은 해충들을 제거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상에는 바퀴벌레를 일종의 반려동물처럼 키우거나 심지어 먹는 사람도 있다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기이한 현상일 뿐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의사는 최고의 인기 직업이다. 인구가 14억명이 넘는 인도는 값싼 노동력이 넘쳐나는 만큼 젊은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하늘의 별따기’로 불리는 의대 입학을 위한 시험 과정에서 심각한 비리 정황이 불거졌다. 수험생들이 입시 책임자인 교육부 장관 퇴진 운동에 나선 가운데 이번에는 대법원장이 해선 안 될 말을 했다. 직업이 없는 청년들을 겨냥해 “언론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치 바퀴벌레나 기생충처럼 모두를 공격한다”고 나무란 것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바퀴벌레국민당(CJP)의 반정부 집회 도중 참가자들이 당의 상징인 바퀴벌레 그림을 든 채 교육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를 계기로 인도에 ‘바퀴벌레 국민당’(CJP)이란 다소 민망한 이름의 정당이 탄생했다. 당원 대부분은 2030세대 젊은이들이다. 지난 6일 인도 수도 뉴델리 중심가에선 CJP 주최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일부 참가자는 바퀴벌레 모양의 가면을 얼굴에 쓴 채 “나는 바퀴벌레”라고 외쳤다. 2014년부터 12년 넘게 집권 중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조차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다. 모디가 이끄는 집권당 인도인민당(BJP)은 “바퀴벌레당 배후에 반인도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청년들이 ‘인도의 미래’ 대신 ‘바퀴벌레’를 자처하는 현실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