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종전협상 국면에서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꼽혔던 ‘이스라엘 변수’가 끝내 터지고 말았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며 양국이 상호타격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협상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미국의 통제를 사실상 벗어난 것으로 보여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7일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스라엘의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를 겨냥해 탄도 미사일을 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8일 성명을 통해 이란이 약 3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모두 요격되거나 공터에 추락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로 8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이란 본토를 공습했다. 밤사이 수십 대의 공군 전투기가 투입돼 이란 중서부 일대의 방공망 9곳을 타격했으며, 이날 오전에는 이란 남서부에 위치한 석유화학단지 내 공장 3곳을 폭격했다. 이란 국영 TV는 수도 테헤란과 북서부 타브리즈, 중부 이스파한 3개 도시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이 자국군의 단독 작전이라면서도 미군 중부사령부와 전면적인 공조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후 IRGC는 자국 석유화학단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하이파의 석유화학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양국 공방에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도 참전했다. 후티는 두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한 발은 요격됐고 나머지 한 발은 자국 영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이스라엘군은 설명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본토 공격은 지난 4월8일 미국·이란 휴전 발효 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레바논과 휴전을 한 뒤에도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척결을 명분으로 레바논 남부를 지속 공격했다. 미·이란 종전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7일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의 ‘테러리스트’ 본부를 타격했다. 결국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자극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양측 충돌은 상호 본토 공격으로 번진 양상이다.
이런 상황이 가장 곤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자국 강경파의 압력과 유가·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황이 급변하자 좀 더 속내를 드러냈다. 폭스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이란에 하고 싶은 말은, 미사일을 쐈으니 이제 그만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합의하라는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수요일(10일)” 중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면서 종전 기대감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서도 “이스라엘과 조율이 없었다. 나는 불만이다”라고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이스라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7일 미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이스라엘이 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이스라엘은 보복 공격을 이어갔다.
다만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교전 중지’ 촉구에 호응하며 확전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은 즉각 사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약 1시간 만에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고통스러운 대응을 가했다”며 이란군 작전 중지를 선언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같은 날 엑스(X)를 통해 “외교와 국방은 국가 역량의 두 축”이라며 “우리는 전장도 협상 테이블도 떠나지 않았다”고 밝혀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