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L조는 F조, I조와 더불어 ‘죽음의 조’로 꼽힌다. 약팀 없이 2강(잉글랜드, 크로아티아)·2중(파나마, 가나)의 구도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조로 분류되지만, 아무래도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전력이 가장 앞서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자국에서 열린 1966 잉글랜드 대회 우승 이후 무관에 그쳐 종주국의 스타일을 구기고 있지만, 전술적 유연성이 돋보이는 ‘명장’ 토마스 투헬(독일)의 지휘 아래 60년 만의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삼사자 군단’의 중심은 역시 잉글랜드 대표팀 역대 최다골(113경기 79골) 기록 보유자인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다.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오랜 기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손케 듀오’로 활약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케인은 2023년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겨 클럽 무대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4위, 유로 2020, 2024 연속 준우승 등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아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케인으로선 전성기에 맞이하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중원에선 아스널의 22년 만의 EPL 우승 주역으로 활약한 데클런 라이스가 중심이다. 다만 잉글랜드의 간판스타 중 하나인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은 팀 융화를 해치는 독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투헬 체제 하에선 그리 중용되지 못하고 있다. 동료들과 조화를 중시하는 투헬의 성향상 벨링엄 대신 애스턴 빌라에서의 맹활약을 대표팀에서도 이어간 모건 로저스가 라이스의 파트너 역할을 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유럽 예선 8전 전승 과정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수비진도 잉글랜드의 강점 중 하나다.
최근 월드컵 성적만 놓고 보면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보다는 한 수 위다.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 하에 크로아티아는 2018 러시아 대회 준우승, 2022 카타르 대회에선 3위에 올랐다. 특히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에선 잉글랜드를 2-1로 꺾고 결승에 오르기도 했다. 포트 2에서 가장 강력한 크로아티아의 존재 때문에 잉글랜드의 조 1위 수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수단 내 리더는 1985년생 불혹의 천재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AC밀란)다. 공을 지켜내는 탈압박 능력과 패스, 경기조율, 활동량, 수비력까지 미드필더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모드리치는 2018 러시아에선 최우수선수 격인 골든볼을 수상했고, 2022 카타르에선 브론즈볼을 받았다. 생애 마지막 월드컵인 이번 북중미에서도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의 중원을 든든히 지키며 3연속 4강 진출에 도전한다. 요슈코 그바르디올(맨체스터 시티)이 중심인 수비진도 뛰어나다는 평가지만, 공격진의 세기가 다소 약한 게 흠이다.
포트 3, 4에서 손꼽히는 강호인 파나마와 가나가 L조에 합류하면서 죽음의 조가 완성됐다. 8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돌아온 북중미의 다크호스 파나마는 2023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준우승, 2024 코파 아메리카 8강 등 안정된 조직력과 역습을 앞세워 최근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때는 유럽파가 거의 없었던 파나마는 두 번째 월드컵인 이번 북중미에선 다수의 유럽파 선수를 보유해 업그레이드된 전력으로 사상 첫 토너먼트 진출을 노린다.
2010 남아공 대회에선 8강에 올랐던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는 모하메드 쿠두스(토트넘), 앙투안 세메뇨(맨체스터 시티), 토마스 파티(비야 레알) 등 다수 유럽파 선수의 개인기가 돋보인다. 다만 조직력이 떨어져 경기별 기복이 심한 데다 본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 사령탑을 오토 아도(가나)에서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로 바꾼 것도 플러스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케이로스 감독은 앞선 세 번의 월드컵에서 이란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