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연대에 방점… 비핵화는 거론 안 해 [시진핑 방북]

시진핑, 노동신문에 기고문

2019년엔 한반도 평화·안정 언급
이번엔 다극화·포용 경제화 강조
북·미 ‘중재자’서 양국 우호 과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북한 평양 방문에 앞서 북한 매체에 게재한 기고문은 북·중관계의 무게중심이 ‘한반도 문제 해결’보다는 전략적 연대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2019년 6월 첫 방북 당시 기고문은 북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 대화·협상을 통한 한반도 평화·안정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지만, 이번에는 ‘조선반도 문제’, ‘비핵화’, ‘평화적 대화’ 등의 표현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19년 6월 20일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시 주석은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기고문에서 “시대의 흐름”에 맞춘 북한과 중국의 “전략적 의사소통과 협조 강화”,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계와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공동 수호”를 강조했다. 이어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반대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지역의 안전과 안정에 위해를 주는 모든 야욕과 책동을 반대해야 한다”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화와 보편적 혜택과 포용적인 경제세계화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북중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을 계기로 한 교류, 협력의 강화를 다짐했다. 당과 정부, 군대 간에 “여러 부문과 여러 급에서의 의사소통과 교류 왕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양국 관계에 대해 “서로가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는 사회주의 길을 따라 나아가는 데 대해 지지해 줌으로써 두 나라의 정치적 안전을 확고히 수호해야 한다”고 한 대목은 주목된다. 북한이 강행하는 핵무력 고도화나 한국을 대상으로 한 ‘적대적 두 국가’ 노선 등에 대해 우회적인 지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고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는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2019년 기고문은 “조선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정을 추진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양국 발전 요구와 양국 인민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조선 측의 합리적 관심사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합리적 관심사’란 북한이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요구해 온 제재 완화와 안보 우려 해소 등을 의미한다. 이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판세 관리자이자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당시 상황이 반영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기고문에는 조선반도(한반도)란 표현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북한 핵무기,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공개적으로 문제삼기보다는 북·중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미국과의 관계나 국제사회의 시선을 고려해 수면 아래 있었던 ‘군대 간 교류’가 공식 외교 의제로 명시된 점도 주목된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밀착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중국도 군사 협력을 더 이상 비공개 영역에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향후 정상회담에서 군사 협력 확대와 함께 조중우호조약 제2조에 담긴 유사 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대를 이어 계승’, ‘바통이 계속 전해지도록 하겠다’는 표현이 반복된 점도 눈길을 끈다. 중국이 북한의 4대 세습 가능성을 사실상 수용하고, 차세대 권력과도 우호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