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환율 과도한 변동성 강력대응” 구두개입

투기적 거래 정조준

현금 교환 없이 원화 하락에 베팅
일방향 쏠림 ‘역외 선물환’ 지목
수출입 대금 지연·선결제도 경고
“24시간 외환 거래로 투명성 강화”

외환당국이 최근 원·달러 환율의 쏠림 현상의 배경으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등 투기적 거래를 지목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이나 포트폴리오 조정과 같은 정상적인 거래 외에도 원화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성 거래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이날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간거래 기준 처음으로 1550원을 넘자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요인 외에도 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지난달 7일부터 이달 5일까지 20영업일 연속 외국인이 우리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순매도(약 77조6000억원)한 점이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이지만, 원화 하락에 베팅하는 일부 투기적 거래 역시 쏠림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당국은 특히 다른 나라에서 운용되는 선물환으로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인 NDF를 유심히 보고 있다. NDF는 만기에 현물을 인도하거나 계약 원금을 상호 교환하지 않고, 계약한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액만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화 없이 증거금만으로도 거액의 투기성 베팅이 가능하다. 투기 세력이 NDF를 통해 달러를 사면 ‘달러 매도’ 포지션을 갖는 외국계 중개 은행이 국내 외환은행에 위험을 넘기는 헤지 거래를 하고, 국내 외환은행이 환 변동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우리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대거 사들이면 원화 약세가 심화된다.

 

수출업체들이 과도하게 대금을 늦게 수령하거나, 수입업체들이 수입대금 지급을 앞당기는 불법거래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외환당국은 보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1년을 초과해 수입업체들이 달러 결제를 미리 하거나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늦게(1년 후) 수령하는 경우 한은에 미리 신고해야 한다.

외환당국은 이에 외환시장 거래를 24시간 허용해 NDF 거래를 우리 외환시장(DF)에 흡수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을 통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외환당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최근 각각 47.8%, 51.3%로 낮아지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 역시 서서히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다른 종목으로 외국인 주식 투자자가 유입되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중동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투기적 거래 대응으로 환율이 안정될 수 있을지 미지수란 분석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나 외환보유액 규모로 볼 때 투기 세력이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한 반응”이라며 “대미투자를 속도조절하거나 수출입기업의 환전을 적정선에서 유도하는 등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도 이날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시중은행, 외은지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외환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검사 계획 등을 밝혔다. 은행권은 자체적인 고환율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