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두되, 당장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더 늘리지 못하게 하는 협상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만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막기 어려운 만큼,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나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장기적으로는)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는 말자”며 “첫째 단계로 지금은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 △핵물질 해외 반출 안 하기(모라토리엄) △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만 단기 목표로 잡고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비핵화를 향해 반드시 가야 한다”면서도 “노래를 부른다고 (비핵화가) 되냐? 안 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비핵화라는 장기 목표를 두되 당장 가능한 조치부터 해결해 가자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단계적 접근을 강조한 배경에는 대북 제재의 한계가 깔려 있다. 그는 “지금 제재를 할 수 있는 만큼 최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쪽의 문이 확실히 닫혔는지 알 수 없고, 러시아 쪽의 문은 확실히 열려 있다”고 짚었다. 아무리 압력을 넣어도 제재망을 빠져나갈 통로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실제로 북한이 지금도 핵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북한은) 1년에 10∼20개 정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며 “ICBM 기술도 계속 성능 계산을 해 거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렀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국 자체 핵무장론을 두고는 “정말 무책임한 소리”라고 비판했다. 한국이 핵무장에 나서면 일본과 대만 등 동아시아로 핵확산이 일어날 수 있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국제 제재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남북관계는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려울 만큼 나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평화적인 통일 지향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상태에서는 통일을 앞세우기보다 일단 평화 공존하면서 소통·대화·존중·공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