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기부터 재활용보상까지… 시민 참여로 완성하는 환경실험 [지방기획]

청주시, 자원순환 선도도시 굳히기

다회용기 대여·수거·세척·살균 원스톱
장례식장 이어 캠핑·경기장까지 확대

포장 개인용기 사용 ‘지역화폐 페이백’
연내 참여 업소 200여곳까지 늘리기로

재활용품 무인회수·자원순환 정거장
시민 호응 이어져 추가 설치 뒤따라

市, 쓰레기 감량 쇼츠 공모전도 진행
“꾸준히 실천할 환경 만드는게 중요”
충북 청주시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혁신적인 환경 정책 도입과 촘촘한 재활용 인프라 확충을 앞세워 전국적인 ‘환경 실험’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는 쓰레기 수거 행정에서 시민의 일상 속에 다회용기와 디지털 플랫폼을 이식하며 ‘자원순환 선도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는 중이다. 특히 공공이 기반을 닦고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청주형 민관협력’은 지자체 자원순환 행정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이다.

 

전국 최초의 다회용기 공공세척센터, 개인용기 포장주문 보상제, 재활용품 무인회수기 등 충북 청주시가 시행 중인 민관협력 자원순환 정책이 환경을 지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며 가계에 보탬도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청주시 제공

◆장례식장·캠핑장 등서 다회용기 인센티브

청주시는 자원순환을 위해 원스톱 다회용기 공급 체계부터 일상 속 인센티브까지 친환경 녹색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이런 시의 환경 정책 중심에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건립된 ‘다회용기 공공세척센터’가 있다. 청원구 내덕동에 연면적 948㎡ 규모로 조성된 이 센터는 하루 최대 2만개의 식기를 세척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이다. 장례식장이나 지역 축제 등에 필요한 그릇을 다회용기로 대여해주고 사용 후 수거와 세척, 살균까지 전담한다.



성과는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가동 첫해인 지난해에만 지역 축제에 91만4754개, 청주시립·청주의료원 장례식장 등 공공장례식장에 40만5980개 등 총 132만734개의 다회용기를 공급했다. 이는 연간 약 15t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량과 약 43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충북 청주시 한 축제장에서 사용하는 다회용기. 청주시 제공

올해 들어 시는 이 사업을 시민들의 여가 공간인 캠핑장과 스포츠 경기장으로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지난 1월 문암생태공원 캠핑장을 시작으로 4월부터는 미래지농촌테마공원 캠핑장에도 다회용기 지원 사업이 도입됐다. 캠핑장 이용객들은 별도의 준비나 설거지 부담 없이 현장에 비치된 다회용 식기류를 자유롭게 쓰고 반납하면 된다. 올해 1∼3월 문암생태공원 캠핑장에서만 1만8590개의 다회용기가 사용되며 캠핑족들의 호평을 받았다.

스포츠 열기도 친환경으로 물들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2 충북청주FC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장 내 푸드트럭들이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낸다. 지난 3월 한 달간 3차례의 홈경기에서 4226개의 일회용 컵과 접시가 절약됐다. 시는 올해 안에 옥화자연휴양림과 현도오토캠핑장 등으로도 지원 대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충북 청주시 한 매장에서 소비자가 개인용기 포장주문을 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개인용기로 포장 주문하면 청주페이 지급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시의 또 다른 카드는 ‘개인용기 포장주문 보상제’다. 이 역시 전국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음식을 포장 주문할 때 일회용기 대신 개인 냄비나 밀폐용기를 가져가면 건당 2000원 상당의 지역화폐인 ‘청주사랑상품권’(청주페이)을 받는 방식이다. 환경도 지키고 가계 보탬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애초 치킨 프랜차이즈 25개 매장으로 시작했던 시범 사업은 입소문을 타면서 급성장했다. 올해 들어 유명 외식 업체들이 동참하면서 참여 업소는 91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10월 제도 시행 이후 지난 4월까지 총 620건의 연결 실적을 기록했다. 시는 올해 안으로 참여 업소를 200여곳까지 확대해 ‘용기내’ 문화를 당연한 소비 흐름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충북 청주시 문암생태공원 바비큐장에서 다회용기 대여공간. 청주시 제공

생활 속에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촘촘한 재활용 기반 확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는 2024년8월 투명 페트병과 빈 캔을 넣으면 개당 10포인트(10원 상당)를 적립해 현금으로 돌려주는 ‘재활용품 무인회수기’를 도입했다. 시민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구청과 행정복지센터, 도서관 등 거점 지역에 추가 설치를 이어가고 있다. 도입 이후 올해 3월까지 회수된 투명 페트병은 200만3322개, 캔은 51만1357개로 무게로 환산하면 무려 45.5t에 달한다.

여기에 주택가 골목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만에 재개한 ‘자원순환정거장’은 현재 26곳까지 늘어 도심 미관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민간 공동주택과 협력한 종이팩 전용 수거함 사업 역시 참여 단지가 2024년 71곳에서 올해 176곳으로 급증하며 지난해에만 28t의 고품질 종이팩을 수거해 화장지 등으로 재탄생시켰다. 여기에 시는 단독주택 지역의 고질적인 재활용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관리도우미’를 배치해 현장 계도와 분리배출 취약 지역 환경 정비를 강화하고 상습 투기 지역 환경을 개선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1동에 자원순환정거장이 설치돼 있다. 청주시 제공

◆자원순환 열쇠말은 연동과 협치, 시민 참여

기업 및 정부와의 협치도 활발하다. 환경부와 한 커피 전문매장이 손잡고 청주 지역 28개 매장에서 시행 중인 ‘일회용 플라스틱 컵 회수·보상제’는 월평균 3700개의 컵을 수거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일회용 컵은 이불솜이나 자동차 내장재의 원료가 되며 고부가가치 새활용이 된다.

 

시는 이런 아날로그적 실천을 디지털 플랫폼과 연결해 효과를 더하고 있다. 청주페이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된 자원순환 플랫폼 ‘새로고침’을 통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대형폐기물 배출신고, 음식물쓰레기 감량보상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지난달에는 중고물품 무상수거 신청과 생활용품 전시 기능까지 추가해 시민들의 편리성을 한층 더 높일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핵심이라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일상 속 쓰레기 감량 아이디어를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공유하는 ‘쇼츠 공모전’을 진행하는 등 친숙한 홍보전도 병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자원순환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불편함 없이 실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회용기 사용 다각화와 선진화된 재활용 기반 확충,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청주만의 독창적이고 촘촘한 자원순환 사례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범석 청주시장 “건강한 생활·미래 위한  환경 투자 계속 되어야”

 

“환경정책은 미래를 위한 환경 투자입니다.”

 

이범석(사진) 충북 청주시장은 자원순환 정책을 이야기할 때 행정가로서의 뚝심과 확고한 철학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 시장은 10일 세계일보에 “쓰레기를 수거하고 처리하는 1차원적 행정에서 발생 단계부터 폐기물을 원천 차단하는 ‘자원순환 선도도시 청주’ 구축이 목표”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환경정책의 완성은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있다”며 “다회용기 등 시민의 건강한 생활과 미래를 위한 환경 투자는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시 다회용기 공공세척센터는 가동 첫해인 지난해 공급량 132만개를 돌파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총 세척량 55만7250개(일평균 6190개)를 기록했다. 이곳은 지난해 축제장 등 일회성 행사 중심의 다회용기를 세척했다. 올해부터는 문암생태공원 캠핑장, 스포츠 경기장, 재가노인 도시락 배달 사업까지 생활밀착형 분야로 확대했다. 이 시장은 “현장의 인력 운영과 철저한 위생 관리, 건조 시간 등을 고려한 안정적인 적정 처리 규모는 하루 8000개 내외로 보고 있다”며 “적정 기준과 비교하면 현재 센터 가동률은 약 7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청주시 다회용기 공공세척센터의 연간 민간위탁 운영비는 약 5억5200만원 수준이다. 시는 민간과 공공 영역의 분리로 운영 중이다. 이 시장은 “수익사업이 아니라 일회용품 감량, 탄소 배출 저감,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 등 공공적 목적이 큰 환경정책 사업”이라고 전했다.

 

시는 각 장소에 맞는 체계도 구축했다. 공공세척센터에서 고온 세척과 건조 공정을 거치고 이물질 여부와 건조 상태를 전수 검사한다. 또 위생 우려가 큰 장례식장 공급 용기는 오염 차단을 위해 세척 직후 비닐로 밀폐 포장해 보관·공급한다. 캠핑장 ‘설거지 없는 반납’ 서비스는 이용객들이 자발적으로 설거지까지 해서 반납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시민 참여형 ‘일회용 컵 회수보상제’는 업소 119곳에서 시범 운영한다. 최근 주택가 26곳에 설치한 ‘자원순환정거장’은 과거의 실패를 분석해 이뤄낸 혁신 행정 결과물로 꼽힌다. 이 시장은 “운영 관리도 읍·면·동에 맡기지 않고 시가 직접 도맡아 주민 관리자들과 실시간 소통으로 현장을 점검한다”며 “청주형 자원순환 정책이 전국으로 명성을 얻고 그 표준을 제시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